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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영화]고전을 눈으로 보는 즐거움..'안나 카레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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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영화]고전을 눈으로 보는 즐거움..'안나 카레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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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욕망에 충실한 여인은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이다. 조 라이트 감독이 연출하고, 키이라 나이틀리가 연기한 '안나 카레니나'는 그런 여자다. 아름다움과 교양과 명성과 부, 그리고 안정된 가정이 안나 카레니나가 가진 것들이다. 모든 이들이 기를 쓰고 손에 넣으려하는 것들 말이다. 그러나 사랑에 눈이 멀고 욕망에 눈을 뜨게 된 그녀는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돼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실행에 옮긴다. 불행하게도 행복이 있어야할 곳에 파멸도 함께 들러붙었다는 게 '안나 카레니나'의 비극이다.

'안나 카레니나'는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의 대작이다. 도덕과 사랑, 그 경계에 위험하게 선 여인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집요하고, 치밀하게 써내려간 작품으로, 꽉짜여진 내러티브만으로도 많은 영화감독들이 야심차게 스크린에 옮겨놓고 싶어 했다. 실제로 당대의 최고 여배우들인 그레타 가르보, 비비안 리, 소피 마르소 버전의 '안나 카레니나'가 있다. 그러나 톨스토이가 19세기 러시아 인물군상들의 삶을 구석구석 관찰하며 써내려간 원작의 위대함을 충실하게 재현했다는 평을 받은 작품은 전무하다.


조 라이트 감독은 이 불가능한 도전에 용감하게 나선 감독이다. 그리고 과감하게 안나 카레니나라는 한 여인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19세기 러시아 상류계층의 문화와 그들의 위선은 연극적 장치인 무대에 올려져 구경거리가 된다. 한 장면이 끝나고 다른 장면이 이어질 때면 무대의 한 막이 걷히고 네모난 프레임에 빨려들듯 새로운 배경이 펼쳐진다. 연극과 영화의 환상적인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주말엔영화]고전을 눈으로 보는 즐거움..'안나 카레니나'


줄거리는 이렇다. 명망 높은 귀족가의 안주인 안나 카레니나는 사교계의 꽃이다. 그녀의 곁에는 이성적이고 냉철한 정치가 남편 카레닌(주드 로)과 8살 난 아들이 있다. 친오빠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홀로 모스크바행 기차에 오른 안나 카레니나. 낯선 곳에 도착한 안나는 그곳에서 젊은 장교 브론스키(애런 존슨)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처음에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또 세간의 이목에 신경쓰며 그의 시선과 관심을 거부하려고도 해보지만 이내 안나 카레니나는 아무것도 거칠 것 없이 그와의 사랑에만 집중한다.


이제 그녀에게 평온하고 안정된 생활은 없다. 주변에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 낯뜨거운 소문, 남편과 아들에 대한 죄책감은 그녀를 파멸로 몰아넣는다. 그토록 우아하고 화려하고 아름답던 안나의 모습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어둡고 창백해진다. 안나의 심경에 따라 변화하는 그녀의 의상을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악마가 되어 가고 있다"는 브론스키의 절규만큼, 안나는 식어버린 사랑을 집착과 의심으로 재확인할 정도로 처절하게 황폐해진다.


'안나'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는 정형화돼 별다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지만, 영화의 화려한 볼거리들이 이 모든 것을 상쇄한다. 안나와 브론스키가 무도회에서 춤을 추면서 주고받는 눈빛, 손과 팔을 사용한 몸짓의 교감은 열마디 대사보다 강력하다. 이들의 주변인물인 키티와 레빈이 단어맞추기 주사위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은 작품의 제작사가 로맨틱코미디의 대가인 워킹타이틀이란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비극으로 치닫는 한 여성의 삶을 연기하는 키이라 나이틀리는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면서도 도발적인 캐릭터로 '안나'를 재해석한다. '존 레논 비긴즈: 노웨어보이'에서 존 레논 역을 맡았던 애런 존슨은 이번에는 안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브론스키' 역을 맡아 매력적이면서도 유약한 장교 역을 소화했다. 브론스키 역에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던 주드 로는 의외로 안나의 남편 '카레닌'을 맡아 차분하고 안정된 연기를 보여준다. (상영 중)




조민서 기자 summe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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