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당장 사용하지 않을 기술이라도 좋고, 단순한 아이디어라도 좋습니다. 임직원들의 모든 아이디어를 특허로 만들어 향후 시작될 또 다른 특허 전쟁을 대비해야 합니다."
홍원표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사장이 전 임직원들에게 갖고 있는 모든 아이디어를 특허화하라고 독려했다.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 역시 제품 개발 초기부터 특허화 할 수 있는 기술은 모두 특허화 하라고 주문했다.
2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확대한 변리사 인력들을 총 동원에 개발 업무에 종사하는 전 임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특허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격언에 따라 지금까지 방어형 특허에 치중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공격형 특허 개발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년간 애플과의 특허 전쟁을 진행하는 과정에 삼성전자가 표준 특허를 비롯한 핵심 기술은 상당수 보유하고 있지만 사용자환경(UX)을 비롯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특허화 하는데는 크게 부족했던 사실을 인지했다"면서 "향후 제2의 특허전쟁에 대비해 기존 방어형 특허에서 공격형 특허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애플과의 특허 전쟁에서 얻은 교훈은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단순한 특허가 상상 이상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점이었다. 삼성전자는 통신 표준 특허를 갖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애플의 UX 관련 특허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이같은 사안을 고려해 임직원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특허화 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UX에 국한하지 않고 어떤 아이디어든 향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특허로 만들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관련 인력들도 대거 보강했고 변리사들이 각 모듈에 배치돼 특허화 여부와 경쟁 기술 등을 고려해 특허 출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을 위한 핵심 특허 개발에 집중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경우 공정기술, 통신의 경우 3세대(3G), 4G 통신 표준 특허 개발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애플과의 특허 전쟁이 시작되면서 특허 전략이 바뀌었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 개발에 필요한 각종 기술들을 모아 특허화 하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상품화 하지 않는 특허라 해도 모든 아이디어들을 특허로 만들기 시작했다. 당장 사용하지 않거나 아주 단순한 아이디어라 해도 향후 무기화 할 수 있는 특허 개발에 나선 것이다.
특허관련 인력도 크게 늘리고 있다. 지난 2005년 250명 수준이었던 삼성전자의 특허 인력은 2011년 말 450명, 2012년 말 500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차례에 걸쳐 변리사를 채용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각 모듈에 배치된 변리사들이 이를 확인해 특허화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특허출원 절차에 나서고 있다"면서 "지난해부터 채용된 변리사 대부분은 특허 침해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특허 출원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채용됐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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