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여왕' 朴 빠진 데다 安風 잠재울 카드 없어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새누리당이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둘러싸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여의도 입성을 내버려 둘 수는 없지만 마땅한 대안도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에게 노원병 선거구는 계륵(鷄肋)과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는 선거를 해야 하느냐'는 불안 섞인 목소리도 당내에서 흘러나온다.
새누리당 유기준 최고위원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이 노원병 지역에 대해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필승 후보를 통해 맞춤전략으로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최근 노원병을 둘러싼 공천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는 데 대한 원론적인 비판이었다.
새누리당은 전날 열린 공직후보자추천심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원병 선거구에서 지역경쟁 방식으로 후보를 공천할지, 전략공천을 할지 결정짓지 못했다. 자칫 4월 보궐선거의 판을 키울 경우 갓 출범한 박근혜 정부의 중간평가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또 안 전 교수가 몰고 올 '안풍(安風)'을 생각하면 당장 맞불을 붙여야 하지만 패배할 경우 정치적 부담만 안게 된다. 그렇다고 마냥 지는 선거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당 지도부의 고민은 현재 공천을 신청한 예비후보자의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에서 비롯됐다. 허준영 전 경찰청장과 이성복 예비역 육군 중령, 주준희 전 18대 대선 중앙선대위 대외협력특보 등 3명의 예비후보가 공천을 신청했다. 이 중 현 당협위원장으로 지역구를 관리해 그나마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허 전 경찰청장은 최근 용산 사태가 악재로 작용한다는 부담도 있다.
그렇다고 전략공천 카드를 꺼내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대선급 거물인 안 전 교수와 맞설 인물이 마땅치 않아서다. 한 공심위원은 "안 전 교수가 '엘리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자수성가한 후보로 맞불을 붙일 경우 승산이 있다"면서도 "정작 그에 맞는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외부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대상자들이 모두 손사래를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에선 노원병에서 당선 경험이 있는 홍정욱 전 의원을 유력한 전략공천 대상으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해 홍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불출마를 선언한 게 불과 1년 전이고 그 결심에 변함이 없다"며 "다시 나서는 것은 상계동 주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출마가능성을 일축했다. 출마 후보군에 거론되던 나경원·원희룡 전 의원이나 이준석 전 비대위원도 언론을 통해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결국 '지는 선거'를 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한 최고위원은 "현재 공천신청자가 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영입할 수 있는 외부인사가 없으면 결국 지는 선거를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