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금융제재 총괄 美 재무차관...최종구·임성남 접견
조선무역은행, 안보리 결의 관련 공조 요청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데이비드 코언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정보 담당 차관이 20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기획재정부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과 면담했다. 미국의 대북 금융 제재를 총괄하는 코언 차관은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에 북한 조선무역은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등과 관련한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오후에는 외교통상부 임성남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도 같은 사안을 협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언 차관 측에서 먼저 우리 정부 부처들에 만나자는 제의를 해왔다"며 "미국의 대북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우리 측에 이해를 구하는 차원의 회동"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방한은 한·중·일 방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미국과 우리 정부는 코언 차관의 동북아 순회가 '유엔 제재'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밝혔으나, 미국의 독자적인 금융 제재에 대한 논의가 더해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미국이 한·중·일 3국에 조선무역은행 제재 협조를 요청할 방침이라면서 코언 차관의 이번 일정이 이와 연관돼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미국은 북한 정권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조선무역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1일 조선무역은행을 조선광업무역회사와 단천은행이 이란 등과 탄도미사일 거래 활동을 하는 것을 지원한 혐의로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는 2094호 결의와는 별도의 추가적 조치다.
조선무역은행은 북한의 대외 금융사업을 총괄하고 외국환을 결제하는 북한의 대표적인 특수은행이다. 국제사회가 연합해서 이 은행을 제재할 경우 북한의 돈줄은 원천 봉쇄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북한에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통일연구원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대외적 금융 활동을 막는 것이 가장 강하고 효율적인 제재 방식으로, 이번에 미국 재무부가 움직이는 것은 미국이 실질적인 대북 제재에 착수했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가 코언 차관의 제의에 화답할 경우 측면 지원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 정부는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조선무역은행 제재에 크게 참여할 일이 없다"면서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미국으로서는 우리나라, 일본에는 중국 설득을 요청할 듯하다"고 말했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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