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불황이요? 10명 중 3명 정도만 가끔 가격이 비싼 것 같다고 문의하는 정도에요. 대부분의 고객들은 가격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어 이곳에서 만큼은 불황을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 저녁 6시 강남 청담동 신세계SSG푸드마켓의 가공식품 코너 한 직원은 "이곳에 오는 고객들은 일반 마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더 가치를 둔다. 불황과는 거리가 멀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세계 SSG푸드마켓에서 파는 사과 한 개 가격은 7800원, 태안사과는 1만3800원이다.일반 대형마트에서는 이 가격에 친환경사과를 4~6개 살 수 있다. 배는 개당 1만2000원이고 무는 4160원이다. 전통시장과 비교하면 3배가량 비싼 셈이다. 비싼 가격에도 이날 신세계SSG는 장을 보려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삼성동에서 온 주부 박모(32)씨는 "아기 이유식을 사려고 왔다"며 "가격은 일반 제품보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다양한 종류를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가끔 생각날 때마다 들린다"고 말했다.
치즈코너의 한 직원은 "신세계SSG 강남점은 신세계백화점 전 점포와 비교했을 때 매출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일반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마트는 불황을 타서 매출이 감소할 수 있지만 이곳은 솔직히 '있는 사람'들이 주요 타깃이기 때문에 불황을 크게 타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생활용품 코너 직원 역시 "내부에서 오픈 이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젊은 주부들이 가장 많고 이들은 가격을 따지기보다는 주로 제품에 대한 설명을 더 들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 초콜릿 시식 코너에서는 제품 설명에 대한 질문이 활발히 이뤄졌다. 가루로 분쇄된 초콜릿 한 통 가격은 5만5000원. 다소 고가이지만 가격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이들은 없었다. 40대 한 주부는 "다크초콜릿인가요? 그럼 설탕은 뺀건가요?" 등을 따져물었고 옆에 있는 또다른 주부는 "미국 브랜드구나, 아이들한테 우유에 타서 주면 되는 건가요?"라는 등 제품 설명과 사용법에 대한 얘기만 꺼낼 뿐이었다.
비슷한 시각 신세계 SSG푸드마켓과 직선거리로 700m 떨어진 갤러리아 고메이 494에는 저녁을 즐기려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고메이494는 지난 10월 론칭한 이후 맛집과 트렌드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고메이494는 갤러리아측이 명품관 이용고객을 주요 대상으로 국내 최초 '그라서란트(구입한 농축수산 물을 그 자리에서 먹을 수 있게 한 곳)'를 선보인 곳. 버거 한 개에 9000원, 식사 메뉴 하나에 2만원가량이지만 고객들은 줄까지 서가면서 메뉴를 주문했다.
특히 이곳에서는 세계3대 식재료로 일컬어지는 송로버섯(트러플)을 활용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송로버섯은 주로 특급호텔에서 활용하는 재료 중 하나로 푸아그라, 캐비아와 비견된다. 일반 마트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이 제품을 고메이에서는 빵에 발라먹는 오일크림버터 형태가 3만9000원, 크림은 4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해당코너 직원은 "고객이 마니아층으로 형성돼있기 때문에 오는 고객들은 불황과 상관없이 꾸준히 온다"면서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단골 고객들이 더 늘고 있고 객단가는 3만~5만원 정도한다"고 말했다.
마켓 코너에서는 산지직송상품 코너가 가장 눈에 띄었다. 그동안 백화점에서 제철에만 나는 특이상품을 간헐적으로 운영하는 단발성과는 다르게 1년 365일 내내 산지직송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제주도 천혜향을 비롯해 경남 통영의 빨간 뿌리 시금치, 섬진강 벚구 등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고메이494의 매출은 연일 상승세다. 마트, 백화점이 불황을 타면서 역신장까지 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프리미엄 식품관 고메이 494는 두 자릿수로 신장하고 있다. 개장 이후 매출은 30%, 고객수는 60% 증가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이곳의 주말 좌석회전율은 20회전, 주말 주문접수 주기는 2분을 기록하고 있다"면서 "스몰럭셔리의 트렌드의 하나로 프리미엄 향수시장 역시 두 자릿수 신장률을 보여주며 화장품 시장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이곳만큼은 불황에서 비껴서있다"고 설명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