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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녀의 하루, 한국상품 없인 못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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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요즘 한국기업을 쉽게 볼 수 있다. 과거 제조업 위주의 기업이 진출했는데 최근에는 IT(정보기술), 금융, 유통 등 일반 수요자들을 상대하는 투자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가 특히 돋보인다. 과거 '블랙베리'가 주류였던 현지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삼성전자가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 방문했을 때 자카르타 시내 중심가의 고급 쇼핑몰인 '퍼시픽 팰리스'에 입점한 삼성전자의 IT기기 매장은 현지에서도 손꼽히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희잡을 둘러쓴 여성들이 스마트폰을 사기 위해 점원과 상담을 벌이고 있고 이내 가방에는 삼성 전화기가 들어갔다. 매장 직원은 "NHN의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이 이곳에서 인기를 모으면서 한국산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에는 한류 스타 '슈퍼 주니어'의 사진을 앞세운 LG전자의 매장이 있었다.한류를 적절히 활용한 사업 전략이다.


이뿐이 아니었다. 주요 거리 곳곳에서는 대형마트인 롯데마트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퇴근 시간 무렵이나 주말이면 쇼핑객들로 붐빌 정도라고 한다.인도네시아 유통산업의 현대화를 롯데마트가 견인하고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닌 성싶었다.


금융시장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하다. 키움증권은 현지 온라인 증권시장 석권을 노리고 진출했다. 우리투자증권도 교민 기업인 코린도 그룹 지분을 인수해 현지 증권시장에 진출했다.


윤석부 우리투자증권 지사장은 "인도네시아는 증권 투자 환경이 취약하지만 향후 급격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진출도 활발하다. 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이 지분인수를 통해 현지에 진출했다.보험업계에서는 한화생명이 지난해 12월 인수한 인도네시아 보험사 물티코를 통해 보험 한류를 꿈꾸고 있다.


한국 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늘고 있지만 현지의 투자환경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만큼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좋은 본보기다.GE는 인도네시아 국영 철도기업인 PT 케레타 아피에 60년간 철도차량을 공급했는데도 기득권은 사라졌다.100대의 기관차 발주 발표가 있은 후 유럽은 물론 캐나다, 심지어 중국기업들까지 줄줄이 입찰에 참여했다.결국 GE가 2억5000만 달러에 계약을 따내긴 했지만 당초 예상한 가격은 기대할 수 없었다.


GE 사례는 지난 2월 향후 5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엔지니어링 프로그램, 항공서비스센터, 농촌의료프로젝트 등에 3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한국 기업이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현지기업의 급부상도 경계대상이다.자금력을 축적한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현지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의 터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의 사업 확장은 아시아시장에 진출한 다국적기업 지위를 흔들 정도다. 다국적 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고 현지생산을 추진하는 한편 고위임원진을 대거 파견해 대응하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빈센트 친 컨설턴트는 "적극적인 확장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지 기업들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기업에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같은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탐바 P 후타페아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PKPM) 부의장은 외국기업의 해외투자를 유치해야 하지만 자국 산업계를 위협하는 투자는 반길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제는 중소기업을 육성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가 외국인투자(FDI) 승인시 최소 투자 규모를 100만달러로 적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다. PKPM측은 이중 자기자본이 30만 달러면 된다고 설명하지만 이정도 규모의 투자를 할 수 있는 중소기업도 찾기 어렵다는 것이 현지 한인 사업가들의 주장이다.


한 교포 사업가는 "인도네시아에 10억 이상의 자금을 새로 투입할 중소기업은 없다"면서 "이곳에 진출한 중소 기업들도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저임금 인상도 노동집약 산업분야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진출을 막는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코트라(KOTRA) 자카르타 무역관에 따르면 자카르타 주정부는 지나난 해 말 2013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44% 오른 220만루피아(약 25만원)으로 결정했다. 2년 전인 2011년에 비해 상승률이 70%나 된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 한인회는 예정된 연말 송년모임을 모두 취소해야 했다.


이같은 현실은 인도네시아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외국인 투자를 받던 과거의 틀을 깨고 있음을 웅변한다. 인도네시아 산업발전이나 도로, 항만, 수도 등 인프라 개발, 산업개혁이 필요한 부분에만 외국인들을 받아들이겠다는 게 인도네시아 정부의 속내다.


후페아 부의장은 "최저 임금 인상 조치는 소비가 가능한 중산층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했지만 인도네시아 경제에 찬바람을 끼얹고 있다는 게 현지 교민들과 경제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우려는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 중앙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물가 상승은 5.32%나 됐다. 2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전기요금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무역수지와 경상수지가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들어서도 무역적자가 이어지고 최저임금과 전기요금의 잇딴 인상에 통화약세가 겹쳐 물가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이때문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달 인도네시아의 경상수지 적자가 국가 신용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경기과열 방지와 거시경제 안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한마디로 인도네시아를 보는 전세계의 눈이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로벌 경제 위기속에 인도네시아는 큰 내수 시장과 자원중심의 수출 경제구조 덕분에 다른 신흥국에 비해 고도성장을 달성했다. 신흥국 가운데서도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아 투자가 몰리면서 루피아는 강세를 띠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이후 유럽 국채 위기의 해소 조짐과 미국의 경제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약해졌다.루피화의 가치도 떨어지기 시작했다.수입물가에 이은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키움증권 인도네시아의 김지원 팀장이 "최근 루피아의 부진은 쉽게 간과하면 안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여론 악화의 부담에도 정부 보조금이 포함된 유류의 가격 제도 수정을 추진 하는 등 경제여건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해 낮은 가격에 유류를 팔아 서민경제를 안정시켰
지만 재정부담 확대와 유류 낭비심화를 초래했다.지난해 보조금 지급에 따른 정부 부담액이 약 280억 달러나 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2005년과 2008년 단행된 유가 인상이 국민반발을 초래한 것을 감안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보조금이 포함된 유류의 개인 사용을 제한하는 방향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류 사용 제한으로 경기를 조절하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백종민 기자 cinqang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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