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강남에 42평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김수연씨는 결혼한 지 4개월 된 새댁이다. 잘 사는 시댁과 처가를 둔 덕에 외과의사인 남편과 전문직 종사자인 김 씨의 연봉은 많은 여유가 있는 편. 하지만 김씨는 요즘 제 값을 주고 물건을 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백화점 세일에 맞춰 옷을 구매하고 명품도 패밀리세일을 적극 활용한다. 화장품도 세일제품을 이용하기는 마찬가지. 특히 신혼부부인 이들에게 로맨틱한 분위기를 내는 와인 역시 패밀리세일을 이용한다. 델리카토 비오니에 샤도네이 2006, 로쏘 아비뇨네지 2002, 샤또 빠쁘 끄레망 루즈 2008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샀다면 아무리 적어도 55만원 이상 줘야하지만 패밀리세일에 가면 27만원이면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 김 씨는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검증된 물건을 조금이라도 싸게 살 수 있으면 사는 것이 요즘 트렌드"라며 "패밀리세일을 하는 물품의 기준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직원이나 VIP 고객만을 초대해 비공개로 이월 제품을 싼값에 판매하는 행사를 뜻하는 패밀리세일의 경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로 명품이나 패션·잡화 브랜드 등에 국한 돼 있던 것이 리빙소품가구, 완구, 도서에서 최근에는 와인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 패밀리세일이 일반 소비자에게도 개방되는 공개 세일 형태로 바뀌는 추세여서 소위 돈 있는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도 보다 저렴하게 사기 위한 '팸셀투어'가 인기다.
13일 와인수입사 레뱅드매일이 패밀리세일을 진행하는 과천시 주암동 본사에는 외제승용차와 명품 브랜드를 갖춰 입은 소위 '돈 있는'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유명 고가의 와인을 최대 80%까지 세일판매하면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 것. 특히 점심 시간에는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몰려와 마음에 드는 와인을 2~3병씩 사가기도 했다.
이날 60만원대 뀌베 에밀 빼노 2007은 21만원, 45만3000원인 샤또 빠쁘 끌레망 루즈 2008은 25만원, 35만8000원이 정가인 G리니에르 끌로 생 드니 2008은 19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본사 주차장은 30분에 1대씩 메르세데스 벤츠나 폭스바겐 등 외제 승용차가 줄을 이었다. 한 고객은 6병의 와인을 샀는데도 가격이 10만원 밖에 되지 않자 놀라움을 금치 못 했다.
버버리로 온 몸을 치장한 방배동에 사는 김 모씨는 "작년에도 세일을 진행해 방문한 적이 있다"며 "와인에 별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싸게 먹을 수 있으니까 행사를 한다고 하면 꼭 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레뱅드매일은 몇 병 남지 않아 마트 등에서 판매가 어려운 제품을 위주로 세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60~70종의 와인이 준비 돼 있으며 물량 자체는 많지 않아 제품이 소진 되면 계획된 날짜 전에 행사가 끝난다.
레뱅드매일 관계자는 "마트 등에서 단종 된 제품들도 있어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며 "날짜와 시간대 별로 선보이는 종류의 와인과 물량이 다르다"고 언급했다.
이날 행사는 점심시간에 맞춰 몰린 직장인들 덕분에 3000~5000원대 할인 판매되는 제품들은 품절됐다.
1만5000원에 판매되던 헬레나 까르메네르 2010, 헬레나 까베르네 쇼비뇽 2010 등이 5000원에 판매되면서 재고가 소진됐다. 시글로 데 오로 까베르네 쇼비뇽 2010과 시글로 데 오로 샤도네이 2009도 정상가 2만원 제품이 5000원에 팔려 남은 제품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가장 저렴한 3000원에 판매된 라스 메니나스 레드 NV도 남은 수량이 없었다.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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