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내정자 신분으로 차관회의 챙겨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장관 없는 박근혜 정부가 이어지면서 '투잡(two job)'을 맡은 공직자가 있다. 기획재정부 신제윤 1차관은 현재 금융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된 상태이다. 18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됐는데 재정부 차관을 그만두지 못하고 있다. 경제부총리 현오석 내정자가 아직 인사청문회 전이고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신 차관은 재정부 실·국장회의를 주재했다. 신 차관은 이 자리에서 "당분간 투잡을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업무 공백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실·국장들에게 주문했다.
오는 8일 11시 서울청사에서 열리는 물가관계차관회의도 직접 주재한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소비자물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위원장 내정자 신분과 함께 재정부 차관 역할까지 '한중망(閑中忙, 한가한 가운데서도 바쁜)'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다.
신 차관은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나라 상황도 어려운 국면에 있다"고 지적한 뒤 "실·국장들이 중심을 잡고 업무를 꼼꼼하게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실·국장들 뿐만 아니라 신 차관은 재정부 직원 모두에게 '당부의 글'을 보내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고 흔들리지 말 것을 부탁했다.
신 차관은 재정부 직원 전체에게 보낸 글에서 "이임 인사를 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게 아니다"며 "장관급으로 영전했다고 여러분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표할 분위기도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정부조직법 개정을 둘러싸고 경제 부총리 임명이 지연되고 미국의 재정긴축 협상이 결렬됐다"며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에서 차관 둘(김동연 2차관은 국무총리실장으로 발령)은 장관급으로 옮겨가니 "도대체 경제는 누가 챙기나?" 불안한 마음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차관은 "어려울 때일수록 재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뒤 "내정자 신분이지만 현오석 부총리를 중심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재정부는 현재 주요 업무 보고를 현오석 내정자와 신 차관에 동시에 보고하고 있다. 재정부는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꾸려나간다. 특히 올해에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5년 동안 135조원의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예산실과 세제실은 물론 전 부서가 초비상 상태이다. 이런 마당에 부총리로 승격한 장관 임명과 조직개편안이 미뤄지면서 설상가상,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
신 차관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됐지만 당분간 1차관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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