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한국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다. 투수가 잘 해줘서 이겼다.”
헨슬리 뮬렌 네덜란드 감독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대표팀에 대한 정보는 충분했다. 프로야구에서 3년 동안 뛴 라이언 사도스키로부터 리포트를 제공받았다.
대표팀은 2일 타이중 인터컨티넨탈구장에서 열린 네덜란드와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첫 경기에서 0-5로 완패했다. 만든 득점 찬스는 겨우 두 차례. 이마저도 후속 불발로 득점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수비 실책 4개를 저지르며 자멸을 부추겼다.
대표팀의 부진을 제외하고 패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상대 선발투수 디에고마 마크웰은 4회까지 2피안타 1볼넷을 내줬지만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타선은 초반 집중타로 기선을 제압했다. 4.1이닝을 책임진 선발투수 윤석민을 상대로 4안타를 때리며 2점을 뽑았다.
효과적인 공격과 방어 뒤엔 사전 분석이 주효했다. 대표팀에 대한 세부적인 리포트다. 존 모로시 폭스 스포츠 기자의 3일 기사 ‘사도스키가 네덜란드의 승리를 도왔다’에 따르면 뮬렌 감독은 대회를 준비하며 사도스키에게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둘은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다. 뮬렌 감독은 사도스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뛴 2009년 팀의 타격 코치로 일했다. 충분히 부탁을 건넬 정도의 친분이 있었다.
2010년부터 3년간 프로야구 롯데 소속으로 활동한 사도스키는 바로 윤석민에 대한 리포트를 작성해 건넸다. 타자들에 대한 정보도 함께 제공했다. 그 분량은 7페이지로 꽤 자세한 내용이 담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로시는 하나의 예로 강정호에 대한 리포트 일부를 소개했다. 여기엔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만한 재능을 갖췄지만 쉬운 타구를 놓친다. 유격수 방향으로 타구를 압박하는 것도 좋은 공략법일 것“이라고 적혀있다. 정보가 얼마나 세부적인지를 가능할 수 있는 부분. 이와 관련해 모로시는 “국제대회에서 상대 타자에 대한 정보는 투수진을 운용하는데 무척 유용하게 쓰인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뮬렌 감독은 경기 뒤 사도스키에게 전화를 걸어 “타자 분석이 경기에서 매우 유용하게 사용됐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사도스키는 인터뷰를 통해 대표팀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네덜란드처럼 자신에게 리포트를 요청하지 않아서였다. 그는 “한국에서 네덜란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는지 연락이 오지 않아 놀랐다”며 “리포트를 한국어로 적어 보내줄 수 있었다면 그라운드에서 뛸 때보다 더 행복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네덜란드에만 정보를 제공했다고 오해라지 말아 달라. 한국에는 영어를 잘하는 야구 관계자들이 꽤 많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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