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이데올로기-21세기 경제 귀족주의의 탄생]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BOOK]"현대 경제 귀족주의를 고발한다"](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3022810355191892_1.jpg)
마조리 켈리의 저술 '주식회사 이데올로기'에서 제시하는 경제민주화의 해법은 간단 명료하다. 경제 귀족들이 가진 모든 권리를 의심하고,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논리에 의문을 가지라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 미국, 유럽 등에서 99%의 행진이 거센 물결을 이루고 있다.
갈등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양상이다. 여기에 각종 미래 전망이 부정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부 태양에너지 개발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확대로 돌파하자는 의견이 있기는 하나 아직 합의된 정신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에 수많은 처방과 해법이 쏟아지고 있다. 비록 켈리의 의견은 완전한 해법은 아니더라도 99%가 새롭게 무장해야할 논리, 즉 99%가 권리장전에 담아야할 행동지침들이다.
우리 사회만 하더라도 지난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는 거대 정치담론으로 떠올라 시대정신으로 운위됐다. 담론 과정에서 일시적인 해법에 그치거나 과거 주주 중심의 이데올로기를 벗어나지 못한 의견이 넘쳤다. 따라서 저항을 납득시킬만한 조치는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경제 민주화 즉 독점화된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를 개편하자는 의견은 새 정권 인수 과정에서 폐기를 운운하는 발언들이 수시로 등장하면서 공허한 정치 구호로 전락한 느낌이다. 경제 민주화는 우리가 처한 문제의 핵심인 동시에 절대로 외면하기 어려운 사항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 1%가 차지하는 소득 비중은 OECD 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높다. 전체 평균치의 두배에 이를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향후 경제 전망치는 더욱 어둡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오는 2020년 2.8%, 2030년 1.7%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기상 이변, 원자재 및 식량 가격 상승, 에너지 수급 불투명 등 다양한 변수가 더해진다. 따라서 파이를 자르기 위한 칼이 파이를 나누는 사람들에게 겨눠지는 형국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갈등의 상황에서 지금까지의 경제 질서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모두의 번영을 기초로 경제가 다시 펼쳐진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 있다. 재벌 중심에서 중소기업 중심으로 개편하고, 사회적 기업, 종업원 소유기업,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태가 공존하고 기업 안에서도 직원들에게 대한 이해와 의사 반영이 더욱 증대될 경우 적어도 갈등은 예상보다 줄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여전히 기업과 오너가 직원보다 우선이며 경제 살리기라는 미명하에 규제 완화, 각종 지원 등을 통해 기업 활동을 방임하고 있다. 특히 대주주의 재산은 더욱 보호받고 있는 반면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는 묵살되기 일쑤다. '주식회사 이데올로기'는 바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주주들을 위한 논리에 제기된 의문에 해답을 제공한다.
특히 주식회사를 둘러싼 현대판 귀족주의를 고발하고 경제 민주주의가 갖춰야할 요건을 제시한다. 주주이데올로기 하에서 모든 기업들은 직원들이 가져가는 몫을 '비용'으로 친다. 대신 주주들이 가져가는 몫은 '이익'으로 이해한다. 그동안 기업(주식회사)은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며 주주의 이익을 추구해야한다는 논리, 질서에 따라 움직여왔다.
공장과 사무실, 기계는 물론 일하는 사람들조차 주주의 재산으로 취급하거나 '주주 수익 극대화'가 갖는 이데올로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에 저자는 종업원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것처럼 주주의 생산성을 따져볼 경우 향상은 커녕 마이너스라고 설명한다. 결국 주주는 기업 자금의 공급원이 아니라 유출원이라는 걸 의미한다. 그럼에도 직원의 생산성을 주주의 몫으로 돌리는 자본 논리가 오늘날 특권계층과 귀족을 만들었다. 일하지 않는 귀족이 장악한 경제 시스템은 시장 논리도 아니며 경제민주주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기업이 종업원의 의사 결정 참여와 이익 분배를 실행할 경우 미국 전체의 생산성이 20% 증가할 것"이라는 뉴욕 증권거래소의 연구 결과가 있다. 따라서 켈리는 종업원들이 주식회사를 변혁하기 위해 조악한 자본 논리에 행동으로 맞서는게 당연하다는 걸 설파한다.
켈리는 현재의 미국과 한국이 "다수가 아닌 소수에 의해 돌아가는 경제라는게 문제"라며 "민주주의 국가에 비민주적인 경제가 얹혀 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한다. 이어 켈리는 "변화의 시작은 머릿속에서 이뤄지지만 현실의 구현은 역사적인 순간들을 통해 이뤄진다. 대중의 의식이 깨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오는 그런 순간들을 통해서,...이런 계기가 무엇으로 생겨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계기는 언젠가 온다. 민주주의가 멈추지 않는 역사적 동력이라는 사실을 역사가 보여주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왕의 문앞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러니 금융 귀족의 문 앞에서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며 대중의 의식이 깨어나야한다는 강조한다.
<주식회사 이데올로기/마조리 켈리 지음/제현주 옮김/북돋움 출간/값 1만5000원>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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