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소형 SUV에 엠블럼 사용
20일 르노삼성 등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올해 연말 출시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캡처'에 모기업인 르노의 엠블럼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회사측은 브랜드 등록절차를 진행하고, 캡처 판매 전 국토해양부 신고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사실상 프랑스 르노차가 국내에 공식 론칭하게 되는 셈이다. 르노삼성은 판매만 맡는다.
르노삼성이 회사 설립 이후 모회사 또는 관계사 브랜드 병행판매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입차 판매사업을 회사 사업내용에 이미 포함시킨 만큼 르노차를 도입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수입차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르노 엠블럼을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다"며 "내부적으로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연말 캡처를 시작으로 르노 브랜드 사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르노삼성이 두 브랜드 병행판매에 나서면 현존하는 국산차 메이커로는 두번째 사례가 된다. 한국GM이 전신인 GM대우에 이어 수입차 브랜드 캐딜락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르노삼성이 르노 브랜드가 앞서 진출한 남미에서 르노삼성 엠블럼을 달고 판매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르노 캡쳐는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국내에 들여올 예정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르노의 모델을 추가하는 모습을 통해 르노삼성이 언제든지 라인업을 확대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캡처 초도물량은 일단 수입판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르노삼성의 르노 브랜드와 모델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스페인에서 생산해 국내에 판매하는 모델인 만큼 르노삼성의 정상화와 사실상 관련이 없다는 게 골자다. 판매차종이 늘어나는 것일 뿐 추가적인 생산물량 확보와 거리가 먼 탓이다.
가격도 부담이다. 스페인에서 생산해 수입판매하는 방식을 선택한 만큼 동급모델에 비해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현지에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더라도 운송비와 각종 세금 등의 영향으로 낮은 가격에 판매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르노삼성 연구소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도 아닌 르노가 개발한 신차의 가격을 동급 국산차의 수준에 맞추지 않는 한 판매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라며 "판매차종을 늘린다는 의미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캡쳐 출시는 르노삼성와 관련이 없다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라며 "판매마케팅 부서 이외에 개발과 생산부문의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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