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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떠나는 청와대, 오는 인수위‥5년은 결코 길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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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요즘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선 대조적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경복궁 바로 뒷 편 청와대는 파장 분위기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사람들이라는 청와대 직원들도 요즘은 출근 시간도 늦어지고 별다른 행사도 없어 한가한 편이다. 또 많은 직원들이 박근혜 당선인의 지난해 연말 낙하산 금지 발언 이후 취업을 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마디로 권력무상을 온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직원들의 표정은 지난 연말 이후 생기를 잃은 지 오래다.

청와대의 주인인 이 대통령도 지난 5년간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지만, 이젠 이 대통령의 동정에 관심을 갖는 국민은 드물다. 이 대통령이 오는 25일 퇴임 해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에 머물게 되면 정말 자연인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프거나 혹은 측근이 비리를 저지르거나, 재임시 잘못으로 인해 사법 처리 대상이 되는 불행한 일이 아니면 이 대통령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틈만 나면 청와대 앞길의 삼엄한 경호를 뚫고 들어와 민원을 제기하던 시위꾼들도 이젠 보이지 않는다.


반면 청와대와 국무총리 공관을 사이에 두고 맞은 편 산기슭에 위치한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의 분위기는 생기가 넘친다. 아무리 밀봉ㆍ깜깜이ㆍ실무형 인수위라 과거처럼 목에 힘을 주고 다니지 않는다지만, 드나드는 인수위 관계자들의 표정엔 자신감과 열정이 넘친다. '인수위원들은 원대 복귀를 원칙으로 한다'는 초기 방침이 무너지고 대거 청와대ㆍ내각에 입성하게 된 후로는 축제 분위기다. 덩달아 시위대들도 난리다. 삼청동 인수위로 들어가는 길은 멀리 경복궁 입구 쪽에서부터 1인 시위대가 눈에 띈다. 10여일째 단식하다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이를 막기 위한 경찰들도 인수위ㆍ집무실 주변에 잔뜩 대기중이다. 경찰들이 대기 중인 버스는 한겨울이라 난방을 위해 엔진 시동을 걸고 있어 경복궁 둘레길 산책에 나선 직장인들의 폐를 상하게 하고 있다. 곧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박 당선인의 얼굴도 요즘 활짝 피고 있다. 나이에 비해 곱다는 소리를 들어온 박 당선인의 피부가 요즘 더 윤기가 난다.


기자는 이처럼 대조적인 분위기를 가진 출입처를 동시에 취재하고 있다. 다양한 출입처를 맡게 되는 기자로서도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상반된 출입처를 동시에 출입하기 때문에 각자의 상황에 처한 취재원들보다 현실을 객관적으로ㆍ장기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수위 사람들과 청와대 직원들은 각자의 상황에 빠져 있어 기세 등등하거나 의기 소침할 수 있다. 하지만 양쪽을 출입하는 필자는 안다. 청와대 직원들의 의기소침ㆍ권력무상함은 5년 후 인수위 사람들의 미래이고, 인수위 사람들의 기고 만장은 청와대 직원들의 5년 전 모습이라는 것을 말이다.


5년은 짧지 않다. 그러나 하루 하루가 쌓여 곧 지나간다. 떠나는 청와대 직원들은 진작에 그것을 알았어야 했다. 오는 인수위 사람들도 그 사실을 깨달아야 좀더 겸손해지고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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