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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2장 혜경이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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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2장 혜경이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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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엄마 손님 있어. 왜 아저씨가 와서 실망이냐?”
하림이 싱겁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은하는 어린애다운 영악함을 발휘해 얼른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자, 타!”

하림이 은하의 손을 잡고 차 쪽으로 가서 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은하가 차에 오르자 문을 닫았다. 그리고 돌아서 운전석으로 와서 시동을 걸었다. 드륵드륵 몇 번 가래 끓는 소리를 내더니 이윽고 엔진이 걸렸다.
“오늘 유치원에선 뭘 배웠니?”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하림이 물었다.
“응. 알리바바와 사십인의 도적들.”
“아항. 알리바바와 사십인의 도적들....? 와, 재미있었겠네. 열려라 참깨, 하는 거잖아.”
하림이 아는 채 하며 말했다.
“응. 근데 요즘은 참깨 안해. 다 아는 비밀번호는 비밀번호가 아니거든.”
“응? 그래서...?”
하림은 한 대 맞은 표정으로 말했다. 광고가 무섭기는 무섭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은하는 몸을 돌려 하림의 귀에 바짝 입을 대고 조그맣게 말했다.
“우리 비밀번호는 은하철도구구구야. 아저씨만 알고 있어야해?”
“은하철도구구구?”“응.”
은하는 자랑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항. 은하 이름 땄구나. 알았어! 대신 이따 아저씨한테 뽀뽀 해줘야 한다?”
“응.”

은하는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땐 혜경이 모습이 비쳤다.
처음 만났을 때의 경계심 같은 것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 아이는 양태수의 아이였고, 자기는 여전히 낯선 ‘아저씨’일 뿐이었다. 그것은 혜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와 가까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다가갈 수 없는 거리 같은 게 놓여있었다. 그녀의 몸에서는 아직도 그 남자 곱슬머리 쨩의 냄새가 깊게 배여 있었다. 혜경은 여전히 그의 여자였다. 같이 잠자리를 할 때조차 그런 느낌이 들었다.
미장원에 가자 손님은 없고, 혜경이 혼자 물걸레를 들고 바닥 청소를 하고 있었다.


“은하야, 집에 가서 밥 먹어라. 엄마가 너 줄려고 냉장고에 프라이드 치킨 사놨다.”
“싫어. 나 머시멜로 쵸코 사먹으면 안 돼?”
“안 돼. 몸에 좋지도 않은 걸 가시구서.”
자기 엄마가 퇴박을 놓는다.
“아이, 한번만.....”
은하가 몸을 흔들며 은근히 떼를 써본다.
“안 된대두. 빨리 가.”


자기 엄마가 짐짓 화난 소리를 지른다.
“아이, 이번 한번만.....”
아이 역시 지지 않는다.
“알았어. 하림 아저씨 땜에 봐준다. 이번 한번만이야?”
그러고서 서랍에서 천원자리 지폐를 한 장 꺼내어준다. 아이는 그것을 들고 활짝 웃으며 나비처럼 팔랑팔랑 미장원 저쪽 끝에 붙어있는 마트를 향해 날아가버렸다.


그제야 혜경이 혜경이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손에 끼며 하림을 돌아보았다. 아까 하림이 선물했던 털장갑이었다. 혜경의 눈에 감동이 묻어 있었다.
“하림아, 고마워.”
“뭘.....”
하림이 괜히 면구스러워 짐짓 외면을 하였다. 혜경이 다가와 하림에게 살짝 안기며 말했다.
“바보처럼.... 아깐 자꾸 눈물이 나려고 하더라.”
혜경의 머리칼 냄새가 코에 감겼다. 어느새 그녀의 목소리가 젖어었었다.


글 김영현/그림 박건웅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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