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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인' 수요 늘지만..여전히 '국가공인파출부'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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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200여명이 되는 환자들을 33명(간병인)이 12시간 맞교대 근무로 돌봤다. 지금은 17명이 그 많은 환자를 돌보고 있다. 24시간 격일근무로 한달 내내 일하면서 월급은 140만원을 받는다.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해주는 것 없는 직업소개소에 5만원씩 꼬박꼬박 떼어주고 있다. 퇴직금, 4대 보험은 언감생심이다"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했던 김점선씨는 간병인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 이처럼 호소했다. 더욱이 김 씨와 같은 33명의 간병인은 지난해 11월 진해동의요양병원의 집단계약해지로 실직 중이다. 이들은 지금 80일 가까이 계약해지 철회를 위한 거리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간병인력의 실제 사용자인 병원이 인력알선업체에 위탁해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과 사회보험 가입 책임을 회피하기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알선업체는 과다한 소개료, 의복비를 징수해 간다. 고령화가 심해지면서 간병인과 요양기관의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들의 노동강도에 비해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은 여전하다. 이들이 스스로 '국가공인파출부'라고 줄곧 자조하는 이유다.


때마침 지난 15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한국 요양병원의 현황'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발제자로 나선 임준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특수고용형태로 종사하는 간병인들은 2교대 근무나 격일근무로 1인당 담당하는 환자가 10명을 넘기도 한다. 대부분 계약직, 파견직으로 일하는 간병인으로 수입은 시급 3000원 수준의 간병료로 월 100만원 수준이다. 더욱이 간병인들은 격무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과 환자로부터의 폭언이나 폭행에 다수 노출돼 있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들은 곧 간병노동의 서비스질 저하로 이어진다. 급기야 최근에는 요양기관에서 학대를 당하는 치매노인 등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도 잇따라 보도됐다.

임 교수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전 시민사회는 재활요양 공공인프라 구축을 주장했으나 정부는 민간시설 진입을 완화해 민간부문의 공급을 유인하는 방식을 택했다"면서 "이는 장기요양시설의 급증을 낳았고 동시에 많은 문제를 잉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간병인 보수지불방식을 일당 정액으로 묶어놓고 수가를 낮게 설정해 각 기관들은 서비스 인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이는 당연히 의료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 요양병원 숫자는 1000여곳이 넘고 입원환자 수는 9만899명이다. 이 중 간병이용 환자 수는 88%에 해당하는 7만9971명이며 간병인수는 1만7831명에 달한다. 김성주 의원(전주덕진, 보건복지위)은 "국공립 요양기관은 전체의 1.6%에 불과하다"며 "98%가 넘는 1만4000여개의 민간장기요양기관은 지금도 과당경쟁에 내몰려 양질의 서비스는 기대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키도 했다.


지난해 9월 정부는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2017년까지 장기요양보험 수혜대상을 현재 전체 노인인구의 5.7%인 33만명보다 17만명이 증가한 50만명(노인인구의 7%)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한데 간병인의 업무환경과 서비스 질 향상에 대한 제도적 노력이나 공공성 확보는 아직도 찾아보기 힘들다.


임 교수는 "공공요양병원을 확대시켜 적정 인력기준에 대한 시범사업을 별도의 예산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고 의료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이 공공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공공병원과 동일한 지원을 해야 한다"며 "또한 간병서비스를 소개업으로 하는 것 자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며 1인당 담당환자 수 역시 대폭 줄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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