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짐승들의 사생활-2장 혜경이 30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14초

짐승들의 사생활-2장 혜경이 30
AD


“하늘나라는 어디 있어? 저어기 있어?”
그러면서 작은 손가락으로 어린이집 뾰족지붕 위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하늘을 가리켰다.
“응. 그게 말이야.....”

하림은 난처한 표정이 되었다. 사실 자기도 잘 모르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은하가 또 어린애다운 상상력을 발휘해서 말했다.
“그럼, 비행기 타고 가면 되잖아. 아님 로켓을 타고 가도 되고.....”
은하는 아마 자기 아빠가 하늘나라로 갔단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았다. 아이의 말 속에 그리움과 원망이 베여 있었다.


하림이 혜경을 다시 만난 것은 재작년 가을, 초등학교 동창회에서였다. 한 번도 나가지 않는 동창회였는데, 고향에서 카센터를 하던 준호가 득달같이 전화를 하여 이번에 나타나지 않으면 도끼 들고 찾아갈 테니 알아서 하라면서 엄포를 놓았었다. 준호가 회장이었다. 이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하는 회장 자리를 그 해부터 같은 문예반이었던 준호가 맡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 야단이었다.

“얀마, 그럴 수가 있어? 모두 니 얼굴 한번 보고 싶어 난리야. 학창 시절 백일장 휩쓸고 다니던 장하림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지랄. 장하림이 별 볼 없다. 학원선생이나 하면서 그럭저럭 지낸다.”
“야, 학원선생은 아무나 하는 것인 줄 알아? 나도 안다구. 학원선생이 학교선생보다 더 비싸게 논다는 것 쯤은....”
“옛날 이야기지. 카센터 사장이 백배나 더 나을걸.”
“어쨌거나 이번엔 꼭 내려와. 기다리고 있을게.”


거기까지만 했더라면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틀림없이 무슨 핑계를 대고 가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었다. 그런데 준호가 그런 말끝에 갈쿠리처럼 한마디를 더 달았다.
“혜경이도 온댄다. 너 짝꿍 말이야.”
“혜경이가.....?”
하림은 자기도 모르게 반문을 하였다.
“응. 걔 혼자 됐단 이야기 들었어?”
“아니.”
“걔 남편, 양태수라고 있었잖아. 곱슬머리 쨩...... 죽었어.”
“뭐?”
하림은 자기 귀를 의심했다. 그런데 다음 이어진 말은 가히 더 충격적이었다.
“자살했어.”
“뭐......?”
하림은 몽둥이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그래. 양태수, 자살해서 죽었다니까. 혜경이랑 딸 하나 남겨두고.... 미친 새끼!”


준호는 태수 선배의 죽음에 대해 알려주면서 ‘미친 새끼!’로 마무리를 지었다. 어쩌면 그것보다 더 분명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생각했을 지도 몰랐다. 그리고 보니 이런 경우에 ‘미친 새끼!’ 보다 더 알맞은 표현도 없을 것 같았다.
“야, 어쨌건 혜경이도 온다고 했으니 너도 꼭 와라! 기다린다?”
그렇게 다짐한 다음 준호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어지고 나서도 하림은 한참동안 그 자리에 돌부처처럼 우두커니 서있었다. 마치 전생에서 아주 가까웠던 사람의 소식을 누군가 전해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양태수.... 선배.... 혜경이의 남편이 죽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인간이.... 오토바이를 타고 천지사방 야생마처럼 돌아다니던 그가..... 죽다니.




글 김영현/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