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 "애플이 시장을 창조한다면 삼성은 시장을 연구한다"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애플이 시장을 창조(create)한다면 삼성은 시장을 연구(study)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삼성과 애플을 나란히 비교해 주목된다. 특히 삼성이 연구개발(R&D), 통신사업자와의 관계, 제조 방식 등에서 어떻게 독자적인 방식을 유지하며 애플을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했는지를 추적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삼성이 애플의 쿨함을 위협하는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다(Samsung Emerges as a Potent Rival to Apple's Cool)'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제조사인 애플은 삼성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경쟁자를 만나지 못했다"며 "델, 휴렛팩커드(HP), 노키아, 블랙베리 등 누구도 (애플의) 경쟁자가 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평판 패널, 냉장고 등 가전제품, 카메라, 진공청소기, PC, 프린터, TV 등을 만드는 삼성이 애플의 쿨함을 위협하는 존재로 떠오른 배경으로 신문은 삼성이 '시장 연구가'라는 점을 꼽았다.
신문은 김현석 삼성전자 부사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아이폰, 아이패드에서 알 수 있듯 애플은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고 지배한 반면 삼성은 기존 시장에 대해 연구하고 그 안에서 혁신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김현석 부사장은 "우리는 시장에서 아이디어의 대부분을 얻는다"며 "시장이 드라이버로 우리는 특정한 방향으로 시장을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5.3인치 대화면을 탑재한 갤럭시노트를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시장 연구의 산물이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이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와는 대조적인 방향이다. 앞서 잡스는 "소비자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모른다"고 말해 시장 조사에 의존하는 것을 거부했다.
삼성과 애플의 상반된 움직임은 연구개발(R&D) 비용으로도 나타난다. 삼성은 2011년 R&D 비용으로 105억달러(전체 매출의 5.7%), 애플은 34억달러(전체 매출의 2.2%)를 지출해 삼성전자가 애플의 3배에 이른다. 마케팅 비용도 2011년 기준으로 삼성은 30억달러, 애플은 10억달러로 삼성이 3배 많다. 삼성은 러시아, 영국, 인도, 일본, 이스라엘, 중국, 미국 실리콘밸리 등 전세계 각국에 34개 연구소를 두고 있고 직원만 6만명이다.
시장 연구는 무선통신사업자와의 신뢰 구축으로도 연결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댄 헤세 스프린트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을 가리켜 "굉장한 파트너"라며 "휴대폰 제조 과정에서 통신사와 협력하려는 의지가 매우 높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설계에서 제조사의 방식을 요구하는 애플과는 다른 점으로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휴대폰을 판매하는 통신사가 삼성 제품 판매에 힘을 쏟도록 했다.
신문은 삼성은 공장이 있고, 애플은 공장이 없다는 점도 차이점으로 지적했다. 자체 공장 소유 여부는 생산 능력과 관련해 중요한 경쟁력으로 거론된다.
향후 경쟁의 관건은 클라우드가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NYT는 "모바일 기기가 대화면에서 안경, 손목 시계 등으로 진화해가면서 원격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고 인터넷을 통해 꺼내 쓰는 클라우드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다만 애플이 다음 방향으로 어떻게 튈 지를 정확히 파악하는데 삼성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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