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연이은 '살인일정'에도 지친 기색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넘어지고 구르는 과정에서 유니폼은 흙투성이가 됐지만 볼에 대한 집중력만큼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무산된 '코리안리거'간의 맞대결. 아쉬움 속에서도 기성용(스완지 시티)이 보여준 활약은 단연 돋보였다.
기성용은 10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웨일스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1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와 홈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4-1 대승에 일조했다.
지난 6일 크로아티아와의 A대표팀 친선경기 이후 사흘 만에 나선 실전. 발목 부상 후유증과 체력 부담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기성용은 공수를 가리지 않은 폭넓은 움직임으로 전·후반 90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과감한 태클과 몸싸움으로 상대를 압박하는가 하면 날카로운 침투패스와 드리블 돌파로 공격에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전반 추가 시간에는 상대 수비와 볼 다툼을 벌이다 팔꿈치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홈 이점을 앞세운 스완지는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으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전반 8분 네이던 다이어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상대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문전 쇄도하던 미구엘 미추가 오른발로 차 넣었다.
기세가 오른 스완지는 전반 18분 추가골을 터뜨리며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웨인 루트리지가 오른 측면을 향해 날카로운 침투패스를 연결했고, 앙헬 랑헬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두 차례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갈랐다.
다급해진 QPR은 후반 시작과 함께 보비 자모라, 에스테반 그라네로를 동시에 투입시키고 반격에 나섰다. 승부수는 곧바로 결실을 맺었다. 후반 3분 아크 오른쪽에서 날린 아델 타랍의 슈팅이 골키퍼를 맞고 나오자 달려들던 자모라가 왼발로 밀어 넣어 만회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QPR의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열을 가다듬은 스완지는 불과 2분 만에 파블로 에르난데스가 팀의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켜 흐름을 반전시켰다. 후반 21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미추의 쐐기 골까지 터지면서 상대 추격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급해진 QPR은 숀 라이트 필립스를 마지막 교체카드로 넣고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하지만 두터워진 스완지의 수비벽에 막혀 좀처럼 득점 찬스를 얻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라이트 필립스의 발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는 불운까지 겹쳤고, 결국 경기는 스완지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앞서 웨스트햄전 0-1 패배를 만회한 스완지는 9승10무7패(승점 37)를 기록, 7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반면 최하위 QPR은 2승11무13패(승점 17)로 1부 리그 잔류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
한편 기대를 모은 한국인 선수 3인방의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박지성은 벤치 멤버로 이름을 올렸지만 끝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최근 QPR 훈련에 합류한 윤석영은 출전 명단에서 제외됐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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