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이름 ‘방축동’, 한글이름 ‘도담동’ 다툼…시의회서 방축동 결정, 유한식 시장은 “다시 도담동”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동 이름을 놓고 세종시와 세종시의회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600여년 된 ‘방축동’을 세종시 출범 전 순 한글이름인 ‘도담동’으로 마을이름을 고쳤기 때문이다.
세종시의회는 다시 방축동으로 이름을 바꿨고 유한식 세종시장은 도담동으로 해달라고 시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옛 이름 방축동=방축동은 1414년 조선시대 연기현 때부터 방축골로 불렸다. ‘방축(方丑)’은 ‘소가 들어 있는 방향’의 뜻이다. 뒷산은 황우산(黃牛山)이 감싸고 있다. 소목에 거는 도래같이 생긴 모양의 도래마을, 외양간 관대를 이르는 관대마을도 방축동에 있다.
이 이름을 세종시출범준비단에서 도담동으로 고쳤다. 이 때 장영실동과 박연동이라 이름 지은 동네는 주민들 반발로 나성동과 월산동이란 원래 이름으로 바뀌었으나 방축동만 도담동으로 남았다.
원주민들 반발이 이어지자 지난해 7월24일 14명의 시의원이 발의해 12월15일 의회에서 방축동으로 명칭변경조례안이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2014년 입주할 도담동 주민들은 ‘방축동’보다 ‘도담동’이 좋다는 민원을 시의회와 시청홈페이지에 올렸다. 입주민 대부분이 지역출신이 아니므로 빚어진 일이다.
◆새 이름 도담동=시의회 의결사항이 집행기관인 세종시로 넘어오자 유한식 세종시장은 의회결정을 따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31일 거부권을 행사해 시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했다.
유 시장은 원주민들에게 “입주예정자들이 도담동으로 해달라는 민원을 많이 넣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시의회는 지난 달 29일 열린 임시의회에서 의원들의 무기명투표로 동 이름을 다시 의결할 계획이었지만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시장이 의회결정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유환준 세종시의회 의장은 “시장의 거부권을 받아들이면 의회위상이 크게 떨어지고 좋지 않는 전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담동으로 고쳐달라는 유 시장의 요구는 이달에 열릴 시의회 회기에서도 안건으로 올라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