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손흥민(함부르크)은 확실히 진화했다. '슈퍼 탤런트'란 수식어를 스스로 지우고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 달라진 면모는 A대표팀에까지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3일(이하 한국시간) 임테흐 아레나에서 열린 함부르크-프랑크푸르트의 올 시즌 분데스리가 20라운드는 손흥민의 진일보한 면모를 재확인하기 충분한 경기였다. 비록 팀은 0-2로 졌지만 손흥민의 활약은 돋보였다. 팀 내 최다인 5번의 슈팅을 날렸다. 골잡이의 마무리 본능은 오른발·왼발·머리를 가리지 않았다.
슈팅 위치도 정면과 측면, 페널티 지역 안팎 등 다양했다. 수비수가 밀집한 지역에서도 순간적으로 공간을 창출해냈다. 날카로운 돌파력과 폭발적 스피드도 여전히 유효했다. 무득점에 그친 건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히거나 골운이 다소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손흥민은 최전방에서의 경기 운영 능력에서도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전반 27분 과감한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골대와는 거리가 다소 있던 슈팅이었지만 무의미하진 않았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좀처럼 공격의 물꼬를 트지 못하던 상황에서 분위기를 전환시켜주는 한 수였다.
후반 들어선 최전방과 양측면을 오가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프랑크푸르트 수비진의 혼을 빼놓았다. 특히 후반 5분부터 22분까지 혼자 네 차례 슈팅을 연달아 시도하며 공세에 불을 지폈다. 이후 흐름은 완전히 함부르크로 넘어왔다. 경기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법을 깨우친 모습이다.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도 함께 진일보했다. 공간을 파고들며 침투 패스를 받는 것은 물론, 좁은 지역에서의 2대 1 패스를 통해 상대 수비를 허물어뜨리곤 한다.
포지션 변화 역시 능수능란해졌다. 시즌 초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섰던 그는 최근 최전방 투톱으로 출전할 때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선 왼쪽 측면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시너지를 내며 '공격수 손흥민'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는 A대표팀에 큰 호재다. 최상의 공격조합은 줄곧 최강희 감독의 최대 고민 중 하나였다. 이동국(전북)-박주영(셀타비고)의 공존 문제도 그에 대한 다른 표현이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손흥민의 급부상은 대표팀에 대안을 넘어 새로운 혁신이 될 수 있는 요소다.
6일 런던에서 열리는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은 이를 위한 시험무대다. 최 감독은 유럽 현지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유럽파 위주로 크로아티아전에 나설 계획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세가 좋은 손흥민의 활용법에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말을 아끼면서도 일말의 단서를 던졌다. 그는 "손흥민은 분명 지난해와는 달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그의 활용법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근호(상주)가 군사훈련으로 빠졌고, K리그 선수들도 시즌 준비로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 손흥민과 김보경(카디프 시티) 등 중앙과 측면을 모두 설수 있는 선수들을 점검해 좋은 조합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흥민이 대표팀 소집 훈련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새로운 전술 변화를 모색하겠단 의미. 손흥민은 그동안 A대표팀에서 주로 측면 자원으로 활용됐다. 이번엔 박주영-이동국-김신욱 중 한 명과 투톱으로, 혹은 원톱 아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설 수 있다.
설령 다시 측면에 배치되더라도 교체가 아닌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자연스레 고착화되어 있던 기존 공격 전술에 '새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대표팀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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