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 21

시계아이콘01분 2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 21
AD


사람꼴 하고 살기 어려운 세상에서 개꼴이야, 하고 생각하는 순간 혜경이 떠올랐다.
누군가가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을 때였다.
혜경은 미장원 유리문을 닦으며 풋, 하고 웃었다.

“아, 행복이라니....!”


그녀는 감탄조로 말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네. 행복이라니....!”


그녀의 감탄사를 들으니 하림 역시 그 단어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반가운 사람이 어느 날 슬며시 문을 열고 나타날 때처럼....


행복.
얼마나 좋은 말인가. 너무 좋아서 눈물이라도 날 것 같은 단어였다. 행복이라는 단어에서는 솜사탕 같이 폭신달콤하고 한 여름날의 뭉게구름 같이 아득 포근한, 그런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행복이라는 말을 들으면 하림은 맨 먼저 창가 가득 쏟아지는 햇살, 어머니가 잘 닦아 놓으신 반질반질한 마루 위 붉게 핀 제라늄과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가 있는 풍경이 떠올랐다. 그 곁에서 그는 근심 걱정 없이 드러누워 책을 보고, 몽상에 잠겨 시를 끄적이던 학창시절의 자기 모습도 떠올랐다. 아직 개발 바람이 불기 전, 신림동 달동네 판자촌 시절이었다. 그땐 가난했지만 행복이라는 단어가 그리 낯설지는 않았을 때였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에 나오는 난장이 같았던 아버지가 살아계실 무렵이었다.


그러나 하림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날이 이제 다시 올 것 같지 않았다.


행복이라니....? 무엇이 행복일까?


국민 모두가 자가용을 타고 골프채를 휘두르고 다닌다면 과연 행복할 세상일까? 그런 일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행복한 세상일 것 같지는 않았다. 동철이 말마따나 잘 살아보세, 를 외치며 무한질주를 해 오는 동안 모두의 마음이 사막처럼 변해 버린 지 오래였다. 언젠가 텔레비전에 나왔던 ‘당신의 경쟁 상대는 누구입니까?’ 라든가 ‘일등이 아니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습니다.’는 광고 문구는 이 삭막하고 경쟁적인 대한민국의 정서를 무엇보다 잘 나타내어 주는 말일 터였다. 그런 문구들은 거꾸로 다시 독약처럼 모두의 마음에 스며들어 불안과 탐욕을 부추겼을 것이다. 그러는 동안 순하디 순했던 이 나라 백성들은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사나운 눈빛의 탐욕스런 짐승으로 변해가고 있었을 것이었다.


그리하여 똥철의 말대로 이제 아무도 서로에게 존경심을 갖지 않는 세상이 되었을 것이었다. 존경심은커녕 지나가는 모르는 사람, 처음 보는 사람에게조차 이유 모르는 분노를 드러내며, 경계의 눈초리를 게을리 하지 않는 세상, 그리하여 막말이 횡행하고, 저주와 욕설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오랫동안 하림이 존경했던 어떤 늙은 시인도 그 중의 한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나타난 그는 흰 눈썹을 곧추세운 채, 상처받은 짐승처럼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세상을 향해 거침없는 저주를 쏟아 부었다. 독재의 길고 긴 시절, 그를 사랑했고 그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가슴패기를 물어뜯어 피를 흘리게 했다. 일찍이 생명을 노래하고, 모심을 노래했던 그였다.


그런 세상에서 국민행복시대라니....?
농담 같았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분의 입에서 그런 단어가 나왔다는 자체가 고마웠다.






글 김영현/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