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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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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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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린가. 뻔한 이야기가 그럼 뻔한 이야기가 아니더란 말인가. 하긴 뻔한 이야기를 하려고 윤여사가 그렇게 에둘러 이야기를 꺼냈을 것 같진 않았다.

하림은 열두고개 수수께끼를 넘어가는 사람처럼 동철을 쳐다보았다. 동철은 자기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끝까지 한번 들어보란 듯이 묵묵히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다. 망명정부에서 얼굴론까지 열변을 토하던 그가 갑자기 벙어리라도 된 듯한 표정이었다.


“추측이라면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하림이 물었다.

“그렇죠. 하지만 다들 그 영감이 저지른 일이라고 믿고 있어요. 또 그럴만한 이유도 있구요.”
“그럴만한 이유라니....?”


“아까도 말했지만 영감은 자기 딸, 무슨 신학대 교수를 하다가 그만 두었다는 사십대 중반의 여잔데, 자기 아버지처럼 빼빼 마르고 신경질적으로 보이는 여자죠, 그 딸이랑 새로 지은 이층집에 살고 있었죠. 잔디가 깔린 아주 멋진 이층집이죠. 그 이층집에서 그들은 마을 사람들이랑 거의 접촉을 하지 않고 살고 있었어요. 그들이 어떻게 그곳으로 흘러들어왔는지 아무도 몰랐지만 영감이 꽤 돈이 많은 사람일거란 생각은 누구나 하고 있었어요. 들리는 소문으로는 일찍이 버스회사를 경영했다는 이야기도 있었구요.”
“그런데....?”


“죽은 개의 사체가 바로 그 영감네 이층집 문 근처 울타리 밑에 나란히 놓여 있었거든요. 한 놈은 머리에 정통으로 맞아 골이 부셔졌고, 다른 한 놈은 가슴 부위에 맞아 한동안 고통스러워하다가 죽은 게 분명한 모습으로요.”
윤여사는 끔찍한 장면을 떠올렸는지 몸을 한번 가볍게 떨었다. 그리곤 얼른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 하지만......”
듣고보니 가벼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살아있는 개를 향해 총질을 했다면 사람이라고 못할 게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들었다.
“혹시 지나가던 사냥꾼이 착오로 일으킨 사고일 수도 있지 않나요? 요즘 시골에서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여 난리라던데....”
하림이 사립탐정의 흉내를 내며 말했다. 어릴 때 읽었던 홈즈 생각이 났다. 복잡하게 보이는 문제는 단순하게, 단순하게 보이는 문제는 복잡하게 생각하라. 그것이 그가 셜록 홈즈에게서 배운 교훈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영감이 저지른 일이란 추측을, 아니, 확신을 갖고 있는 또다른 이유가 있어요.”
윤여사가 하림의 어설픈 추리를 자르듯이 덧붙였다.


“우리 고모할머닌 언제나 개를 풀어놓고 길렀죠. 대체로 시골에선 그래도 그리 문제될 것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외지인들이 들어와 살면서 문제가 달라졌어요. 누렁이들은 어디로 싸돌아다니거든요. 울타리가 되어 있다곤 하지만 영감네 이층집에도 들어가 잔디밭에다 일을 보고 나올 때도 있었던가 봐요. 말하자면 똥을 누고 나왔던 거죠. 그 일로 영감이 불같이 화를 내며 우리 고모할머니를 찾아와 당장 개를 묶어놓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라고 몇 번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갔대요. 하지만 우리 고모할머닌 이태껏 놓아기르던 놈을 묶어놓을 수가 없어 그대로 두었던가 봐요. 그러다가 그런 끔찍한 변이 벌어진 거예요.”


이제 알겠느냐는 듯이 윤여사가 하림을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단순한 추리가 아닌, 사실일 가능성이 더 커네요.”
하림이 말했다.






글 김영현/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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