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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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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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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이 어떤 인간인지는 모르지만, 영감이 아니래두 자기 집 앞마당에, 그것도 정성스레 가꾸어놓은 아끼던 잔디밭에다 남의 개가 함부로 들어와 실례를 하고 갔다면 좋다고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았다. 요즘처럼 급하고, 고약한 세상에서 엽총으로 쏘아죽였대도 있을 법한 스토리였다. 미국에서야 유치원 아이들에게까지 총질을 해대는 세상이니 그래도 개라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림이 그런 조폭 악당 변호사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런데도 영감은 절대로 자기가 개를 쏘아 죽이지 않았다고 펄펄 뛰었다지 뭐예요. ”
하고 윤여사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뻔뻔스러운 영감 같으니....!”
그때까지 가만히 혼자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동철이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산 짐승을.....”
그리고나서 화풀이 삼아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근데 공기총이라면 모를까 엽총은 경찰서에다 보관하게 되어 있지 않은가요? 그렇게 알고 있는데....”
하림이 아는 체 하고 물었다.


“그쵸. 나도 이번에 알았어요. 개가 죽고나서 얼마 있다가 누가 신고를 했는지 읍내 파출소에서 순찰차가 왔어요. 순경인지 뭔지 경찰 두 사람을 태우고서.... 그리고 죽은 개를 살펴보고, 마을 사람들과 영감도 만나보고 그랬나봐요. 영감은 전직 소령 출신으로, 월남까지 갔다 온 참전용사라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려졌죠. 서울에 있는 큰 교회의 장로도 지냈다나 어쨌다나... 어쨌건 영감에겐 엽총이 있었지만 총기소지 허가증을 가지고 있었고, 또 규정에 따라 평소에는 경찰서에 영치해두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어요. 물론 사냥철이 되면 자신이 소지하고 있다가 미처 반납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경우도 많았지만.....”
윤여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영감은 허가 받지 않은 엽총을 또 가지고 있을 수도 있었겠죠. 늙었지만 소령 출신이라니까, 사격도 잘 했을테고....”
“경찰이 조사했으면 결과가 있을 것 아니예요. 뭐라던가요?”
하림이 여전히 강 건너 불 보듯이 물었다.


“글쎄요, 목격자도 없고, 그저 추측만으로는 뭐라 말하기 곤란하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사람도 아닌 개가 죽은 걸 가지고 바쁜 사람들 성가시게 하느냐며 투덜거리더래요. 아닌 말로 죽은 개나 개 주인에겐 안 됐지만, 아무리 시골이라 해도 요즘은 개를 풀어놓고 키우지 못하게 되어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개 단속을 하지 못한 주인에게 더 책임이 있다는 말이죠.”


“흠.”
하림은 술잔을 입술에 갖다대며 다시 셜록 홈즈 같은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하긴 맞는 말 같기도 했다.
동물 애호가들이 들으면 몽둥이 맞을 말이겠지만, 사람 죽은 것도 아니고 그까짓 토종 똥개 죽은 걸 가지고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지 않은가. 억울한 것으로 말하자면 요즘 세상에 억울한 일들이 한두 가지겠느냐, 도 싶었다. 죽은 놈들만 불쌍하지....
하림은 가볍게 한숨을 지었다.


‘어두워.’
하던 영산 철학원 영감의 말이 떠올랐다.
하림만 어두운 것이 아니라 세상이 어두웠다. 세똥철이 말마따나 사람조차 제 꼴 갖추고 대접받으며 살기 어려운 어두운 세상이었다.
하물며 개꼴이야.






글 김영현/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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