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블랙베리'로 한때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 군림했던 캐나다의 리서치인모션(RIM)이 30일(현지시간) 사명을 대표 제품과 같은 '블랙베리'로 바꾸고 나스닥 시장의 자사 주식 시세 표시기도 'BBRY'로 전환했다.
블랙베리는 이날 '블랙베리 10' 출시 행사를 미국 뉴욕 등 세계 6개 도시에서 열기도 했다. 토스텐 헤인스 최고경영자(CEO)는 뉴욕에서 '블랙베리 10'을 직접 선보였다. 과거 명성 탈환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N머니는 블랙베리의 제1경쟁상대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이나 구글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라고 최근 전했다.
블랙베리가 미 스마트폰 시장 3위 자리를 놓고 MS와 치열한 전투에 나선다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미국의 스마트폰 시장은 양강 구도를 유지했다.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폰과 애플 아이폰은 시장의 89%를 장악하고 있다. 2년 전 양사의 시장점유율은 51%였다. 그러나 노키아의 심비안, 휴렛패커드(HP)의 팜 OS가 버림 받으면서 애플ㆍ구글의 양강체제로 바뀐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의 찰스 걸빈 애널리스트는 "MS와 블랙베리가 3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지경까지 추락했다"고 말했다.
3위를 차지하기 위한 MS와 블랙베리의 경쟁은 치열하다. MS는 2011년 초반 노키아와 손잡고 스마트폰 개발에 나섰다. 노키아의 휴대전화에 MS의 윈도8 기반 OS가 적용된 '루미아 920'이 지난해 가을 선보였다. 그러나 MS의 미 시장점유율은 아직 3%에 불과하다.
블랙베리의 경우 지난 2년 사이 미 시장점유율이 34%에서 7%로 쪼그라들었다.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 시장의 50%까지 점유했던 블랙베리다. 블랙베리가 미 시장을 탈환하겠다며 내놓는 비장의 카드 블랙베리10에서는 그 동안 노출된 몇몇 OS 오류가 사라졌다. 블랙베리10에는 전통적인 블랙베리 키보드와 터치스크린이 갖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 군림했던 블랙베리와 MS가 어쩌다 스마트폰 시장 3위를 놓고 서로 다투게 됐을까. 급변하는 스마트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소비자들은 한때 고급 외장의 스마트폰을 선호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프트웨어나 웹 검색 기능을 중시한다. 가장 인기있는 앱을 갖춘 기기에 끌리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게 OS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TV 사이에 정보 공유가 가능하다. 구글의 G메일, 구글맵, 구글나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의 기기는 다양한 기능을 공유할 수 없다. 일부 전문가들이 블랙베리와 MS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재기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MS와 블랙베리에 비장의 카드가 있다. 양사 모두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소비자는 애플과 구글의 양강구도를 원치 않는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강구도가 지속되면 선택의 폭이 줄뿐 아니라 혁신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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