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지난해 2월 이집트에서 발생했던 축구장 난동 사건에 대한 재판의 여파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수에즈 운하 인근 지역 3곳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시위대와 경찰간의 충돌로 48명이 죽고, 수백여명이 다친 포트사이드, 이스말리아, 수에즈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이들 지역은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야간통행이 금지된다. 무르시 대통령은 시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이들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무르시 대통령은 사태가 더욱 악화된다고 판단할 경우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무르시 대통령은 28일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 야당 지도자들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폭력사태는 포트사이트 인근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카이로에서도 시위대가 경찰과 투석전을 벌였으며, 알렉산드리아와 자가지그 등에서도 경찰서와 정부 기관 앞에서 경찰과 시민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해 2월 발생했던 축구장 폭력사태와 관련해 21명이 사형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1일 포트사이트에서는 홈팀 알마스리와 카이로 원정팀 알 아흘리간 축구 경기 시합에서 알마스리가 3-1로 승리를 거둔 뒤 양 구단의 팬들 사이에 폭력사태가 발생해 73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이 부상당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집트 법원은 당시 폭력을 저질렀던 일부 팬 등에 대해 당시 사건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이에 대해 포트사이드를 중심으로 한 현지인들은, 카이로 지역민들을 달래기 위해 포트사이트 시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보도에 따르면 포토사이드 일대에서 수천명의 시위대가 무르시 대통령에 반대한다는 구호들을 외치며, 사망한 시위대를 위한 복수를 다짐했다.
FT는 이번 시위 사태는 군부 등으로 분산된 권력을 한데 모으려고 하는 무르시 대통령으로서는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대통령이 비상 대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이집트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미 포트사이트 등지에는 정부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군이 배치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