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중반~2012년 중반 신규임원의 41% 여성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지난해 11월 유럽연합(EU)이 여성임원할당제를 통과시킨 이후 독일에서도 여성임원이 증가세다.
2011년 중반에서 2011년 중반까지 1년 사이에 독일의 신규임원 가운데 41%가 여성으로 충원돼 유럽 대기업 평균보다 10% 포인트 높은 비율을 보였을 만큼 급속도로 여성 임원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과 헤드헌터들은 적임자를 찾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또 경영에 참여하는 여성 임원도 증가추세다.
22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유럽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유럽의 대기업 상장사는 오는 2020년까지 비상임이사(경영감독위원회 이사) 여성비율을 40%가 되도록 규정하는 지시사항을 승인하고 엄격한 제재조치가 시행됨에 따라 독일 기업들은 여성임원을 구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침은 비비안 레딩 유럽연합 법무담당 집행위원이 주도한 것이다.
독일에서 법률상 경영감독위원회 위원의 절반은 투자자를 대표하고 나머지 절반은 직원을 대표한다.경영감독위원회는 기업 경영에는 개입하지 못하지만 이사회 이사 임명권을 갖기 때문에 영향력은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슈피겔에 따르면,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상장기업중 50개 주요기업 지수인 MDAX와 50개 중소기업 종목인 SDAX,30대 기술주 TecDAX에 상장된 기업 160개 가운데 투자자측 의석 중 여성은 2011년 10월 단 42명에서 2012년 10월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그동안 독일에서는 이사회 의석을 충원하기 위해 다른 기업 이사회에서 인력을 물색하곤 했으며 이사회를 감독하는 감독위원회 사정도 비슷했다. 또 이사회에는 여성이 거의 없어 공석은 남성으로 채워지는 게 보통이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슈피겔은 나아가 경영감독위원회 선출을 위한 중요한 해인 올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DAX-30지수에 편입된 기업의 경우 투자자측 71명의 위원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된다.이는 주주들에게 배정된 전체 위원의 근 3분의 1에 해당하는 많은 수이다.
슈피겔은 이들중 다수 의석은 현직자가 채워지겠지만 극소수는 신규로 임명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최대 엔지니어링 기업인 지멘스는 다음주 연례 주주총회를 갖고 새로운 감독위원회 위원을 선출하는데 투자자측 이사로는 엔지니어링 회사 트룸프 CEO인 니콜라라이빙거 캄뮐러 이사(53)에 귈러 사반치(57) 사반치 홀딩 이사겸 CEO가 합류할 것으로 슈피겔은 전했다.
앞서 뮌헨 공대 기업금융학연고의 안 크리스틴 아흐라이트너 소장(46)은 이미 지난 1월 뮌헨재모험사 감독위원회 위원으로 지명돼 오는 4월15일 공식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예정으로 있다. 아흐라이트너가 이사로 선임되면 그녀는 20명의 위원중 다섯 번째 여성 이사가 된다.
아흐라이트너는 이미 소매업체 메트로AG,에너지 공급업체 GDF 수에즈,가스엔지니어링 회사 린데의 감독위원회 위원이며 차기 의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사다.
건설팅회사 맥킨지의 컨설턴트였던 아흐라이트너는 한번도 경영책임을 지는 자리에는 앉지 않았지만 독일에서는 영향력이 가장 큰 여성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독일의 거대 에너지사업 전문업체인 에온의 전직 CEO인 불프 베른토타트는 “여성 감독위원의 물결을 목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흐라이트너는 “과거 기업계에는 여성이 거의 고용되지 않아 여성임원이 더 적었다”면서 “일하는 여성의 증가는 임원직에서 여성 숫자의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여성 비상임 이사의 증가에 문제에 없는 것은 아니다.남성 중심의 회사 문화를 그대로 둔채 여성 숫자만 늘릴 경우 여성은 여성의 힘과 시각을 희생하고 남성지배 회사문화에 과도하게 순응할 수 있다고 여성 임원 헤드헌터업체 에곤 첸더 인터내셔널의 브리기트 라머스 CEO는 꼬집었다. 단순히 기존 구조에 순응하기보다는 여성임을 장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남성이 여성 임원 증가로 미래가 없다고 걱정할 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학계와정치권,재계 여성임원단체인 여성감독위원회(FIDAR) 의장인 모니카 슐츠 슈트렐로브는 얼토당토 않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감독위원회에 여성이 더 많이 합류하면 할수록 이사회에도 여성이 임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실제로 여성 경영자도 증가하고 있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안드레아 푸더는 자동차 회사 폴크스바겐(VW)의 이사로서 자회사 트럭 메이커 스카니아의 구매를 감독하고 있으며,시몬 멘은 지난해 여름부터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하고 있다.
또 헬가 융은 뮌헨의 보험사 알리안츠 이사회에 합류해 스페인과 포르투갈,라틴아메리카 영업과 전략투자,인수,준법업무 등을 책임지고 있다.
독일이 갈길은 아직 멀다.2005년 모든 기업에 대해 여성임원 40% 의무할당을 규정한 법을 채택한 노르웨이와 달리 독일 DAX상장 기업의 여성 임원은 13%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독일의 대세는 여성임원이 늘 것이라는 분명한 사실이다. 슈피겔도 에곤 첸더가 수행한 보고서를 인용해 여성 임원은 2012년 중반 12.8%로 2010년 8.7%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면서 대세는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