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성공의 핵심요소가 뭔지 모르겠다. 리스크(risk, 위험)가 커서 대규모 투자에 회의적이다."
유망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정일재 LG생명과학 사장(사진)의 진단이다. 수많은 제약, 바이오 업체들이 당장이라도 '대박'을 낼 듯 호들갑을 떠는 데 비해,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인 LG생명과학의 행보가 너무 느린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정 사장은 21일 있은 중장기 성장전략 발표회에서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대한 신중한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생각이 복잡하다. 사업의 성공 핵심 요소를 모르겠다. 일단 생산시설을 크게 갖추는 건 아닌 것 같다. 전 세계 수요공급을 분석해보니 공급이 달리는 상황은 아닌 듯하다."
"연구개발을 소홀히 할 순 없기 때문에 꾸준히 투자를 하고 있으나 대규모 투자를 하는 접근은 위험이 크다고 본다. 단계적으로 시장을 어떻게 공략하는 게 최선일지 고민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분야만 놓고 보면 LG생명과학은 후발주자에 속한다. 이미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경쟁사도 있고, 개발 막바지에 돌입한 곳도 있다. 하지만 정 사장은 "바이오시밀러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회사는 LG다. 그러나 선진국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품질 기준으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속도가 다소 늦을 수 있다는 점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런 신중함의 바탕에는 시장이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자리한다. 그는 "바이오시밀러는 2017년까지 매출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시장은 전무하다고 보면 되고, 관건은 해외인데 이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최소한 2018년 늦으면 2020년 정도는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경쟁사인 삼성이 바이오 분야에 진출한 것을 두고선 "우리는 삼성이 갖지 못한 바이오분야를 30년째 연구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면서도 "누구나 헬스케어 산업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는 있지만 언제쯤 매출과 이익으로 연결될 것인지에 대해선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룹 차원에서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지만 시장의 성숙도와 관련 있는 만큼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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