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올해 사무실 이전을 검토중인 모 중견건설사. 이 회사는 지난해 준공된 서울 중구 소재 S타워와 가계약을 맺었다. 그러던 중 입주해 있는 건물주의 파격 제안이 나와 고민을 거듭하는 중이다. 여러층을 쓰는 업체가 빠져나가면 후폭풍이 만만찮다고 판단, '1년 임대료 무료'를 빼든 것이다. 가뜩이나 위축된 건설경기로 내핍 경영의 필요성이 커진 터라 가계약을 파기할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12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김 모씨는 입주해 있는 6개 법인 주요 관계자들에게 설 명절 선물로 한우세트를 돌리기로 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 돼 인근 건물에서 빈 사무실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이른바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김 씨는 "건물주라고 으스대던 시절은 지났다"며 "빌딩 매입가격 절반 정도가 은행 빚인데 빈 사무실이 몇 개월만 지속돼도 치명타"라고 전했다.
건물주가 '갑'이던 시대는 지났다. 글로벌 재정위기 여파로 장기불황이 이어지며 창업과 기업확장이 어려워졌지만 대형 오피스빌딩은 우후죽순 늘어난 탓이다. 몇 년 전만해도 재계약 때 임대료 인상안을 제시하던 기세는 사라졌다. 오히려 "사무실을 옮기겠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임차인 구미에 맞는 조건들을 만드느라 고심하고 있다.
17일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 새로 공급되는 오피스빌딩 면적은 120만㎡에 달한다. 지난해 70만㎡보다 두 곱절 많은 물량이다. 연면적 18만9438㎡의 용산 동자동 아스테리움서울이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송파 신천동 향군 잠실타워A동(9만9518㎡), 마포 상암동 MBC글로벌미디어센터(14만8737㎡)와 IT컴플렉스(8만1969㎡), 영등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16만8682㎡) 등 매머드급 빌딩이 줄줄이 입주자 모집에 나선다. 앞으로 용산역세권과 제2롯데월드 등 초대형 빌딩 예정물량도 대기 중이다.
이 영향으로 올해 서울 주요 빌딩밀집 지역에서는 사상 최악의 '공실률 대란'에 노출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2013년 서울 임대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종로, 강남, 여의도 등 3대권역 평균 공실률은 7.23%로 전년 6.17%보다 1.06%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8.21%, 2분기 6.30%, 3분기 5.76%, 4분기 8.66%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진철 코람코자산신탁 차장은 "2008년 금융위기 발발 당시 서울 주요 권역 오피스빌딩 공실률은 1%도 채 되지 않았다"며 "2009년 3% 수준으로 오른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실률 증가는 임대료를 낮추는 역할을 하게 된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올해 서울 오피스 평균 실질임대료가 3.3㎡당 6만7422원으로 전년 6만9868원보다 3.5% 하락할 것으로 관측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분간 임대소득이 낮아지고 공실률은 높아지는 현상이 지속돼 오피스빌딩 투자수익률은 하락 기조를 이어갈 것 같다"며 "빌딩 가격도 동반 하락해 초기투자금이 줄어든다는 점은 위안거리"라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