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해운 예비고사 치르고 실력기르자…SK·CJ·현대글로비스 등 인수전에 대거 참가
해운업계 "실적개선 가능성 높아 쏠림현상"
[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대한해운은 예비고사, 본고사는 STX팬오션”
STX팬오션, 대한해운 등 대형 해운사들이 올해 첫 매물로 나온 가운데 인수전에 뛰어 든 대기업들이 해운사 M&A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대한해운은 STX팬오션 인수를 위한 시험무대라는 것이다.
인수전에 뛰어든 업계 관계자는 “대한해운 인수전은 STX팬오션 인수를 염두에 둔 대기업들이 1000만∼2000만원의 예비실사비용을 낸 뒤 해운업을 공부하고 경쟁업체의 상황을 파악하는 일종의 예비고사”라며 “대기업들의 관심은 예비고사를 통해 눈치를 살핀 뒤 본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해운업계, IB(투자은행) 등에 따르면 STX팬오션 인수전 참가를 검토하고 있는 업체로 SK, CJ, 현대글로비스, 조디악 마리타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중 SK와 CJ는 대한해운 인수전에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이들의 실제적인 관심은 STX팬오션에 쏠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대기업들이 대한해운보다 STX팬오션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회사의 규모, 실적등과 연관성이 높다. 대한해운은 자산이 1조5000억원 규모로 7조4000억원 규모인 STX팬오션의 5분의 1수준이다.
실적 역시 STX팬오션은 호전되고 있지만 대한해운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TX팬오션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한해운은 2009년 1분기 이후 계속된 적자로 자본잠식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전에 뛰어 든 대기업들이 규모가 크고 실적 개선 가능성이 큰 기업에 관심을 쏟다보니 상대적으로 대한해운 인수전이 예비고사가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황규호 SK해운 대표는 “귀중한 자산(STX팬오션, 대한해운)들이 나왔는데 쳐다보지도 않는 것은 무례한 것이 아닌가”며 “확실하게 결정된 것은 없으나 여건이 되는지 같이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르웨이 해운사인 조디악마리타임이 STX팬오션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과 관련, “국외업체가 관심이 있는 것 같지만 국내서 갖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STX팬오션 인수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CJ 역시 CJ대한통운과 CJ GLS를 합병하는 등 물류업 확장에 나서면서 STX팬오션에 더 욕심이 나는 상황이다. 국내 해운업 7위, 벌크선사 2위인 대한해운보다는 국내 4대 해운사이자 1위 벌크선사인 STX팬오션 인수시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다. CJ그룹은 2020년까지 매출 5조원을 기록, 글로벌 TOP 5안에 드는 물류회사를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외에 해운 분야 확장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현대차그룹계열의 현대글로비스와 삼성그룹 계열의 삼성SDS 등이 STX팬오션 인수경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대한해운 인수전은 SK와 CJ를 제외한 동아탱커,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 선박금융회사인 제니스파트너스의 각축전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SK와 CJ가 해운업에 대한 지식을 높이기 위해 실사까지는 진행할 수 있지만, 오는 21일 본입찰에는 참여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경쟁사에서 인수 의향을 밝히면서 수천만원만 들이면 경쟁업체의 속을 훤히 들어다볼 수 있다”며 “업계를 선도하던 업체들인 만큼 실사만으로도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본입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가 없다”며 “예비고사, 본고사 논란은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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