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아이폰 미니' 현실화되나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애플이 저가형 아이폰을 준비중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삼성전자 등의 급성장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지배력이 약화됨에 따라 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 동안 일부 IT매체를 통해 저가 아이폰 출시 가능성이 거론돼 왔으나 이번 WSJ의 보도는 더욱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2009년부터 가격을 낮춘 ‘보급형 아이폰’의 시장성을 연구해 왔으며, 이르면 올해 말에 실제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품은 외형적으로는 기존 아이폰과 유사하나, 원가 절감을 위해 본체 재질이 더 저렴한 소재로 바뀐다. 아이폰5에 쓰인 산화피막 처리 알루미늄 합금 대신 폴리카보네이트 플라스틱 재질을 채용하고, 다른 부품도 기존에 쓰이는 것을 유지하거나 구형 아이폰 모델에 쓰인 것을 재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미 2010년 중반 아이폰4의 출시 이전부터 이런 형식의 저가 아이폰 모델 디자인을 완성했으나, 생산 과정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는 최고위급 임원들의 우려로 인해 계획으로만 남겼을 뿐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전자나 HTC, 모토로라 등이 각각 다른 사양과 가격대의 여러 모델을 출시하는 전략을 내세운 것에 반해 애플은 지금까지 아이폰4에서 아이폰4S로, 다시 아이폰5로 이어지는 ‘하이엔드(High-End)’ 단일 모델 전략을 고집해 왔다. 대신 이전 세대 모델의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 ‘로우엔드(Low-End)’ 시장 수요에 대응했다.
그러나 보급형 아이폰의 동시 출시는 애플도 멀티 모델 전략으로 방향을 수정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애플에 있어 새로운 영역에 뛰어드는 것이다. WSJ는 팀 쿡 최고경영자(CEO) 체제 아래 애플의 사업전략에 변화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기존 아이패드의 7인치 소형화·염가 버전인 ‘아이패드 미니’의 출시를 그 예로 들었다.
애플은 아이폰의 가격경쟁력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압력에 직면해 있다. 다양한 제조사와 단말기를 앞세운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들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분석업체 IDC에 따르면 2012년 3분기 기준 애플은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의 14.6%만을 차지했으며, 이는 2011년 4분기·2012년 1분기 23%에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비록 미국에서는 애플의 아이폰이 여전히 가장 잘 팔리는 스마트폰으로 남아 있지만 떠오르는 시장인 중국이나 다른 신흥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0년 3분기 8.8%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을 2년 뒤인 2012년 3분기 31.3%까지 끌어올리면서 스마트폰 시장 최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미국 씨넷과 테크스팟 등 IT 전문매체들은 2013년에 250달러(약27만원) 수준의 저가형 아이폰 미니를 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씨넷은 “지금의 아이폰이 비싸 구매하지 못하는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서 애플이 아이폰 미니를 향후 3년 내 출시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다른 전문가는 “저가형 아이폰은 빠르면 이번 여름에 출시될 수 있으며 가격은 200달러(약21만원)에서 250달러(약27만원)선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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