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④

시계아이콘01분 3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짐승들의 사생활-1장 동묘(東廟) 부근④
AD


어릴 때 보았던 혜경이 아버지 대머리 영감이 떠올랐다.
나이가 많아서 혜경이 엄마를 만나 뒤늦게 재혼을 한 혜경 아버지는 그때 이미 할아버지였다. 작은 목욕탕을 하고 있던 영감은 하림이 학교 가는 길에 마주쳐 인사를 하면,
“어이, 꼬마대장 워디루가? 학교루가?”
하며 억센 이북 사투리로 말하며 빙긋이 웃고는 했다.
혜경은 하림의 초등학교 때 친구였다. 혜경이 아버지가 돌아가신지도 오래되었다.
그 사이 동묘 앞 길 한쪽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었다.


하림은 달리 할 일이 없어 그쪽으로 슬슬 걸어가 보았다. 제법 넓은 공터에 머리에 수건을 둥쳐 맨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웃통을 벗고 서서 방금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그 무언가는 바로 쇠로 만든 정(釘)을 자기 가슴에다 대고 구경꾼 중의 ‘아무나’가 나와 햄머를 힘껏 휘둘러 박게 하는 시범이었다. 그의 뒤에는 북과 전자오르간, 마이크 장치를 앞에 둔 남녀 각설이 한 쌍이 시끄럽게 연주를 하며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진하게 분장을 한 남자 각설이는 가까이에서 보니 깊게 패인주름살이 구경꾼으로 모인 영감들만큼이나 늙어보였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요즘은 좀체 보기 드문 차력 시범이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구경꾼 중에서 ‘아무나’ 로 불려나온, 콧수염을 기른 오십줄의 사내가 정의 머리를 향해 햄머를 날리는 중이었다.
벌써 몇차례 햄머를 날렸는지 콧수염의 이마에 땀이 배여 있었다.
그는 이번엔 정말 인정사정 볼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이를 악물고 “어잇!” 하는 소리와 함께 차력사 사내가 가슴에 대고 있는 정의 머리를 향해 힘껏 햄머를 날렸다.
그와 함께 “딱!”, 하는 둔탁한 소리와 차력사의 “엇!” 하는 기합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뒤로 버티고 있던 차력사의 발이 약간 휘청하고 밀리는 듯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차력사의 가슴을 꿰뚫어야할 정의 끝은 보기좋게 튕겨나오고 말았다. 차력사는 아무 상처도 나지 않고 다만 붉은 기만 약간 감돌 뿐인 가슴을 앞으로 자랑스럽게 내어밀었다. 콧수염은 더 이상 못하겠다는 듯이 햄머를 던져두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다소 우스꽝스런 표정으로 뒤로 물러 나왔다. 여기저기 웃음소리와 함께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정 박는 시범이 끝나고 나자 여자 각설이는 엉덩이를 흔들며 전자오르간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남자 각설이는 북을 쿵쿵 울리며 걸직하고 쉰 목소리로 사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구경이 아닙니다. 남원 원주 진주 돌아서 충주 청주 안동 밀양 돌고 돌아 일년에 따악 한번 찾아오는 희대의 차력사 박팔갑산. 전설의 레슬러 역도산, 박치기 왕 김일의 유일한 수제자. 우리의 박팔갑산 선생이 이제 여러분들 앞에 보여드릴 다음 차례 차력시범, 자, 얘들은 가거라, 가서 엄마 젖 주물러 드려라이, 저놈이 가만히 보자 하니, 니가 바로 그날 밤 니 애미랑 만들어논 내 새끼 같기도 헌디, 발구락이 닮았는지 안 닮았는지, 그래, 고건 이따 살펴보기로 하구, 자아, 다음 시범을 보이기 전에 오늘 선보이는 아릿다운 가수는 방금 동남아 공연을 마치고 마악 귀국한 존설의 트롯트 가수 주현미 아니고 주현아 양, 여러분께 소개 올립니다.”
늙은 남자 각설이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자 각설이의 노래가 시작되었다.






글 김영현/그림 박건웅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