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영현 "망명정부로 모여라. 신명나게 한바탕 놀자"

시계아이콘01분 54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김영현 "망명정부로 모여라. 신명나게 한바탕 놀자"
AD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소설가 김영현이 칩거중인 양평집은 여느 살림집과 달리 작은 연구소같다. 집은 골짜기 틈바구니에 일자형으로 배치돼 앞과 뒤가 꽉 막혀 있다. 겨우 서향만이 손바닥만큼 열려 있는 정도다. 작업실이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작업실 안에선 작은 창문 너머로 시야가 활짝 열려 있는 것이 기이하다. 주인은 집안으로 외부를 끌어넣으려 하지 않고, 앞산과 들판은 아랑곳 없이 온 힘을 다해 안으로 들어오려고 애쓰는 형국이다.

"다 버리고 왔는데도 한동안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치유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절망하면 변절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지난 2년동안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걷기만 했다. 양평 시내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흑천'을 걷고 또 걷는 동안 "그저 막걸리 한잔에 취할 줄 아는 장터의 촌로처럼 늙어가는 법"을 배웠다. 또 풀 베고 장작을 패면서 의존적이지 않는 삶의 방식도 터득해 나갔다. "소설가는 시대의 무당이다.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고 풀어주는 사람이다. 지금은 문학이 죽고 무당은 아무런 감당을 하지 않는다. 나도 춤 춰본 지 오래 됐다. 상처가 치유되는동안 다시 희망을 꿈꿔 보고 싶어졌다."

꿈꾸기를 시작할 즈음 그는 끔찍한 사건 하나와 마주쳤다. 마을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의 유일한 식구인 개 세마리를 누군가 엽총으로 쏘아 죽인 것이다. 아무리 거부해도 앞산이 집안으로 들어온 것처럼 그 사건은 "운명처럼 다가와" 가슴놀이에 사무쳤다.


"할머니의 절망이 끔찍하고, 생명에 가해진 폭력이 끔찍하다. 이유 없는 분노와 적대가 판친다. 그리고 절망한다. 세상은 떠나올 수 있는게 아니다. 어디래도 다 세상의 한 복판. 살면 당연히 등을 떠미는게 있다. 버린다고 외면할 수 없다. 정신적 암흑기다. 적은 우리 안에 있다.작가가 어찌 세상을 위로하랴. 그저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으면 족하리라."


그가 징징짜는 우리곁으로 귀환하는 이유다. 84년 창작과 비평에 장편소설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로 등단한 이후 '멀고 먼 해후', '달맞이꽃', '엄마의 발톱', '폭설' 등으로 민족문학논쟁의 중심에 서 있었던 그의 낭만적 리얼리즘에는 고문, 감옥, 분노 등 고통의 단어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번엔 '치유'가 더해진다. 억압받고 고통스런 삶을 구원해가는 새로운 문학적 여정인 셈이다.


김영현 "망명정부로 모여라. 신명나게 한바탕 놀자"


실천문학 대표, 한국작가회의 부회장 등 문단 활동을 접고 칩거와 걷기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해 왔던 경험에서 얻은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오는 7일부터 아시아경제 신문 연재소설 '짐승들의 사생활'로 등졌던 세상과 다시 소통을 시작한다. 이번 작업을 통해 '슬픔의 망명정부'에 사는 이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어가는 과정을 보여줄 작정이다.


"우리 망명정부는 슬픔의 왕국이야. 슬픔이 없는 자는 들어올 수가 없어." "...(중략).. 대한민국 영토 내에서 일어나는 일체의 어떠한 갈등이나 분쟁에도 관여치 않을 것이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하겠다고 나서지도 않을 것이며, 세계 평화에도 전혀 기여치 않을 것이다." -본문 중에서


즉 '짐승들의 사생활'은 관여하지 않고, 구제하지 않고, 기여하지 않음으로써 삶을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는 피해자다. 과거, 현재, 미래가 뒤엉켜 앞을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우리의 숙제는 청산과 극복, 전망을 동시에 해야한다는데 있다. 누가 해 주겠나 ? 우리가 해야한다.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이념에서 인간으로 옮겨가야 답이 나온다. 그건 새로운 경험일 수 있다. 그 경험의 연대에 앞서 상처를 돌아볼 깊이와 위엄이 갖춰져야 이긴다."


'짐승들의 사생활' 연재 활동에는 박건웅 화백이 함께 한다. 박화백은 '노근리 이야기1,ㆍ2부', '삽질의 시대', '꽃' 등 근현대사를 담은 만화, 삽화 작업을 주로 해왔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도 출간될 정도로 유명하다. 삽화를 담당한 박 화백은 "우리 시대가 지닌 문제의식과 이념보다 따뜻하고 정겨운 삶을 그려내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보였다. 박화백의 말에 김영현이 손을 내민다. 맞잡은 손의 온기가 서로에게 전해지자 김영현이 말한다. 


"망명정부로 다 모여라. 신명나게 한바탕 놀자."




이규성 기자 peac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