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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1인시위 내모는 '2할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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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권한 20%밖에 없어, 지역문제 협의시스템 부실"..안병용 의정부 시장 등 잇단 시위 나서


【의정부=이영규 기자】안병용 의정부시장(사진)이 2013년 계사년 첫 날인 지난 1일부터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본사 정문에서 사흘째 1인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체감온도 20도를 오르내리는 한파에도 안 시장이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고산지구 500여 가구 주민들이 LH보상만 믿고 은행 등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보상이 지연되면서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궁여지책으로 길거리로 나온 것이다.


안 시장이 1인시위에 나선 데는 LH에 대한 섭섭함도 작용했다. 안 시장은 지난해 3월부터 고산지구 보상문제 해결을 위해 LH와 백방으로 접촉했지만,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1인 시위에 나섰다는 게 의정부시의 설명이다. 반면 LH는 안 시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LH는 의정부지역에서 고산지구 외에도 민락지구 등 많은 택지 및 주택사업을 하고 있는데 수요가 기본적으로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고산지구마저 당장 개발하라는 것은 다소 무리한 지적이라는 주장이다.

LH는 특히 수요가 없는 상태에서 국가 예산으로 땅을 사놨는데, 장기적으로 공급이 안 되면 국가 예산만 낭비된다며 '안 시장의 현명한 처신'을 당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역 현안에 대한 협의체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한 것이 이 같은 현상을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고산지구는 지난 2008년 10월28일 지구로 지정됐다. 지난해 3월 안병용 시장과 주민 등이 LH본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이지송 LH사장과의 면담에서 조속한 보상을 촉구하면서 보상 문제가 본격 불거졌다. 이 사장은 당시 면담에서 부동산경기를 고려할 때 고산지구 보상은 2014년 이후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주민과 의정부시, LH 등 3자가 협의체를 구성해 공사비 절감 등을 찾으면 2013년에도 보상이 가능한지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부터 실무협의회와 3자협의체가 구성됐다. 그러나 LH가 협의체를 운영하던 중 경전철 연장 중단과 하수처리장 건설 철회 등 10개 항을 추가로 요구했다. 의정부시는 지난해 11월14일 LH의 10개항을 수용키로 하고, 대신 2013년 보상을 들어달라고 주문했다. 또 12월 말까지 보상에 대한 서면약속을 주장했다.

이에 LH는 보상을 서면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응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안 시장은 지난해 12월31일 기자회견을 갖고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안 시장은 오는 10일까지 보상에 대해 답변을 달라는 입장이다.


의정부시 도시과 함상진 팀장은 "고산지구 지주들에 대출해 준 농협 등 금융권이 올해 안에 LH가 보상을 해준다는 확약서만 받는다면 현재 진행 중인 대출에 대한 경매작업은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라며 "상황이 절박하다보니 안 시장이 직접 1인시위에 나선 상태"라고 말했다.


지자체장들의 1인 시위는 안 시장이 처음이 아니다.1년 전인 지난해 1월에는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가 1인시위에 나섰다. 오 군수는 지난해 1월9일 오전 9시부터 정오까지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장군 만화리 일대 골프장 건립을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오 군수는 당시 호소문에서 "부산시가 만화리 일대 골프장 건설을 사실상 승인한 데 이어 3월에는 기장군 용천리 일원에 신규 골프장을 심의할 계획으로 동남권의 허파역할을 하는 기장군을 폐허로 만들기 위한 법적 수순을 밝고 있다"며 "골프장 반경 1km 밖에 자연휴양림을 조성하고 있는 부산시가 골프장 건설을 계속 고집하는 것은 오만하고 독선적인 행정행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산시의 골프장 건립계획은 오 군수의 바람과 달리 진행되고 있다.


앞서 정용기 대전시 대덕구청장은 지난 2011년 6월28일부터 30일까지 대전시 내 도시철도 2호선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 연기를 주장하며 단식투쟁을 벌였다. 박승호 경북 포항시장은 지난 2006년 6월23일 한국은행 포항본부 폐쇄 방침에 반발해 한국은행 국정감사장 앞에서 1인시위에 나섰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자체와 정부 간 소통창구 부재와 미비를 지적하고 있다. 의정부시의 경우에도 양측 간에 제대로 된 협의체가 없다보니 지난해 3월부터 여러 차례 주민과 의정부시, LH 관계자들이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만 지나갔다.


자치단체장의 권한이 미약한 지방자치 제도의 문제가 이번 사태에 한몫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출범 20년을 넘어섰지만 '2할 자치'(20%만 지방에 자치권이 있고, 나머지 80%는 중앙에 있다는 논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주대 권혁성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무늬만 자치이지, 예산 등 모든 면에서 중앙에 귀속돼 있다"며 "박근혜 당선자가 지방자치와 분권을 강화하겠다고 이야기한 만큼 앞으로 지자체와 중앙정부간 의사소통이 더 원활해지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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