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독을 품고 있는 뱀은 둘로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면서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동물이다. 서양에서는 아담과 이브를 에덴 동산에서 쫓겨나게 만들어 교활함의 대명사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에서 뱀은 지혜의 신으로 추앙받았으며, 치료의 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동양에서 뱀은 십이지 동물로서 '불사'와 '재생' 상징이다. 1000년을 견딘 뱀은 이무기가 되고, 또 1000년을 견디면 용이 돼 승천한다고 해서 뱀은 인내의 상징이 됐다. 이토록 신비롭고 다양한 이미지를 가진 뱀은 럭셔리 주얼리 워치 업체들의 최대 화두다. 2013년 계사년(癸巳年) '뱀의 해'를 맞아 세계적인 주얼리 업체들이 뱀을 모티프로 한 신제품들과 전설적인 뱀 모티프 제품들을 새롭게 어필하고 있다. 신비로운 이미지의 뱀은 특히 커지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십이지로 확장되면서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까르띠에 야성적인 파충류 스타일=야성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전설적인 영화배우 마리아 펠렉스. 여배우 마리아 펠렉스는 초월적이고 극적인 인생을 살았으며, 까르띠에 스타일을 사랑한 스타 중의 하나다.
그의 강한 성격과 여성스러운 스타일이 반영된 까르띠에의 뱀 모티프 제품들은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1968년 까르띠에는 마리아 펠렉스에게 스네이크 네클리스를 전달했다. 이는 현재 예술 작품으로 분류된다. 전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제작된 몸통, 연속적인 비늘, 다이아몬드, 플래티넘에 세팅된 레드, 그린, 블랙 에나멜은 존재감과 생기로 빛난다.
까르띠에가 이를 완성하는 데 2년이 걸렸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이 제품은 당시 뤼 드 라 빼의 디렉터였던 그녀의 친구 앙드레 드네가 그녀의 생일날 멕시코에 있는 그녀에게 전달했다. 유려하고 유연한, 이 작품의 놀라운 유연성은 까르띠에가 미니어처로 재가공했던 독창적인 시스템 덕분이었다.
스네이크 네클리스 다이아몬드 2473점, 총 178.21캐럿으로 장식됐으며 플래티넘과 골드로 된 고도로 복잡한 메커니즘을 통해 마디를 굽힐 수 있게 설계됐다.
이 디바의 환상적인 주얼리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까르띠에는 후일 까르띠에 컬렉션에 포함시키기 위해 이들을 구매했다.
마리아 펠렉스에게 전달된 또 다른 전설적인 주얼리는 크로커다일 네클리스가 있다. 1975년 만들어진 이 제품은 옐로 다이아몬드 1023점, 총 60.02캐럿이 소요됐다.
에메랄드 1060점 총 66.86캐럿. 전체가 마디 처리된 두 마리 악어는 따로 브로치로 착용하거나 함께 네클리스로 착용할 수 있다. 목에 착용할 경우,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발톱이 없는 발로 교체 가능하다.
◆불멸의 상징 불가리 '세르펜티' 컬렉션=불가리는 1940년대부터 풍요, 지혜, 부활과 불멸을 상징하는 뱀 모티프의 다양한 워치와 주얼리를 선보여 왔다.
유연성이 돋보이는 불가리만의 고유의 기술과 카리스마와 감성을 지닌 뱀 모티프가 어우러져 대담하면서 혁신적인 스타일로 불가리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시그니처 아이템으로 삼고 있다.
이태리어로 뱀을 뜻하는 '세르펜티'는 뱀이 지닌 파워와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뱀의 비늘 모양에서 착안된 개별 부속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뱀이 똬리를 트는 동작과 흡사한 생명력 있는 형태로 재현됐다. 뛰어난 유연성을 통해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하도록 완성됐다.
브레이슬릿과 링, 네클리스, 이어링과 워치까지 선보이고 있는 세르펜티 컬렉션은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모델을 비롯해 우아한 톤의 핑크 골드에 다이아몬드 또는 오닉스와 마더오브펄이 매치된 버전, 핑크 골드에 다이아몬드와 루벨라이트 또는 페리도트가 매치된 버전과 옐로 골드에 마더오브펄이 장식된 스타일 등 최상의 기술력에서 비롯된 정교함과 컨템퍼러리한 우아함이 드러나는 디자인으로 다양하게 선보인다.
세르펜티 컬렉션은 불가리 디자인의 퀄리티와 독창성 그리고 대담하고 혁신적인 스타일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새롭게 선보인 세르펜티 컬렉션은 기존의 주얼리 워치, 브레이슬릿과 링에서 확대되어 이어링과 네클리스를 처음 소개했다.
옐로 골드에는 페리도트와 다이아몬드 그리고 문 쿼츠를, 핑크 골드에는 루벨라이트와 역시 다이아몬드와 문 쿼츠를 사용해 생동감 넘치는 컬러 감각과 우아한 스타일을 강조한다.
브레이슬릿과 링은 세르펜티 특유의 나선형태를 특징으로 극히 미세한 골드 핀들로 연결된 부품들이 뱀의 비늘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내장된 골드 스프링과 섬세한 수작업은 불가리만의 독자적인 유연성을 보장해 최상의 착용감을 선사한다.
완벽한 커팅으로 뱀 머리 부분에 세팅된 루벨라이트 또는 페리도트는 핑크 혹은 옐로 골드와 다이아몬드 풀 파베 세팅과 어우러져 화려하면서 감성적인 느낌을 강조해준다.
◆대륙을 노리는 신비로운 뱀 워치=바쉐론 콘스탄틴에서는 중국의 십이지에서 영감을 얻은 매혹적인 타임피스 '메티에 다르' 중국 12지 컬렉션을 선보인다.
중국 12지 컬렉션에서는 지안치 기법을 따라 종이를 이용한 동물 모형을 재현해냈다. 공간을 꽉 채우거나 혹은 여백을 활용하는 방식을 통해 중국 십이지가 시계의 다이얼 위에 훌륭하게 재현됐다.
숙련된 장인들의 기술과 공동 작업으로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 놀랍고도 정교한 기술을 워치 메이킹의 예술과 접목시킬 수 있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부티크에서만 단독으로 만나볼 수 있는 이 컬렉션은 핑크 골드 혹은 플래티넘 소재로 제작됐다. 뱀의 해인 2013년을 기념해 각 12피스 한정 생산됐다.
전통 중국의 대표적인 모티프를 딴 잎 모양이 금속에 새겨져 다이얼 위에 나타난다. 골드 소재 바탕 위에 표현되는 그 패턴은 반쯤 양각 처리된 형태로 보다 생생한 깊이감을 드러낸다. 잎사귀는 다이얼 위를 떠다니는 듯하다.
뱀 형상을 인그레이빙하는 데에는 최소 30시간 이상이 소요되는데, 그 결과물은 장인의 창조 정신과 예술적 비전이 실현되어 나타난다.
그 다음으로는 그랑 푀 에나멜 기법이 들어간다. 제네바에서 발명된 이 기법은 오직 소수의 예술가들에 의하여 전수되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에나멜 스페셜리스트가 층을 만들어가며 켜켜이 에나멜을 칠하는 과정에서 블루 혹은 브론즈의 컬러를 강조하면서 다이얼 색을 만들어간다. 그 다음에 약 800~900℃ 온도에 이르는 가마 안에서 굽는 작업을 통해 특정 컬러를 맞추어 낸다.
이 기술은 수년에 걸쳐 익혀야만 하는 특별한 노하우를 필요로 한다. 마지막으로 굽는 과정 직전에 최상층의 에나멜이 다시 한 번 입혀지면서, 다이얼 위를 코팅시켜주며 꽃문양에 광택을 더해준다.
박소연 기자 mus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