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공약 미이행은 나쁜일"
"줄푸세? 잘못했다 하면 될 일"
"복지·통합 안하면 모두 잘못될것"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장하준(사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복지공약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당부했다. 복지를 소홀히 하면 성장도 힘들 것이라는 게 장 교수가 강조한 이유다.
장 교수는 2일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제 경제환경이 안 좋다'는 걸 핑계 삼아서 '박 당선인이 했던 복지 관련 공약을 지키지 말아야 된다'는 얘기가 슬슬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그렇게 되는 건 굉장히 나쁜 일"이라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그러면서 "(경제 환경이 나쁘니까) 복지 같은 거 하지 말자, 이런 식으로 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지나친 대외의존도를 줄일까, 예를 들어 자본시장 통제를 강화한다든가, 아니면 우리나라가 취약한 부품소재 산업 같은 것을 개발해서 무역의존도를 줄인다든가, 그런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제일 좋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사실 지금 당장 하겠다는 복지정책은 그렇게 큰 정책들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우리나라 재정 상태 같은 것들이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좋은 편이기 때문에 (복지공약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현 시점에서는 복지보다 성장에 무게를 두는 게 더 옳지 않느냐'는 취지의 지적에 대해 "저는 사실, 한편으로는 성장주의자라고 욕을 먹는 사람"이라며 "복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성장도 안 되는 단계에 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가 미비하니까 사람들이 불안해서 살 수가 없고, 아이도 안 낳고, 직업 선택을 할 때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여러가지 안 좋은 현상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지금 (복지를) 늘려야 앞으로 경제성장이 잘 되는 그런 시기에 달했다"고 부연했다.
장 교수는 '유럽에서도 복지예산을 깎는데 우리도 깎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그런 주장은 말하자면 영양실조 환자가, 옆에 있는 비만 환자가 살 빼려고 다이어트 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밥을 안 먹는 것과 같다"고 반박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는 복지지출이 GDP 대비 10%가 됐다 말았다 하는데 그 정도면 선진국 클럽이라고 하는 OECD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에서 2등"이라며 "복지를 안 하는 것 같이 생각하는 미국도 복지지출이 GDP 대비 20% 가까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당선인이 이번 대선 과정에서 2007년 대선 때 제시한 성장공약 '줄푸세'가 경제민주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저는 그렇게 생각은 안 하고, 그냥 과거에 잘못 생각했으면 잘못했었다고 하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시장논리는 언제라도 견제되고 제어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박 당선인이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복지 제도를 확대하고, 자살을 통해 절규하는 노동자들을 감싸 안고, 파산 직전에 몰려 있는 영세 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을 돕는 정책을 해야 한다"며 "이런 식으로 사회를 어루만져서 통합하지 않으면 계속되는 갈등 때문에 모두 같이 잘못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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