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정치권의 '깜짝인사'는 분위기 전환용 카드로 흔히 사용한다.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비상대책위원 영입은 선관위 디도스 파문으로 휘청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 회생 가능성을 보여줬다. 안대희 전 대법관 영입도 공천헌금 파문으로 시달리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에게 정면돌파의 기회를 제공했다.
박 후보 측은 최근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나 노무현 정권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등에 대한 영입설을 흘리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인재 영입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는 모습이다.
이들에 대한 영입설은 통상적인 '깜짝인사'와는 뭔가 다르다. 통상적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할 때 정치권은 극비리에 영입을 추진한다. 당사자의 수락 의사가 확인된 이후 발표하기 마련이다. 당사자가 거부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정작 당사자들이 직접 제안을 받아본 적도 없다고 설명한다. 장 교수는 한 언론의 사실관계 요청에 대해 "영입 제의를 받은 적이 없고, 그런 제안이 들어오더라도 승낙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지난 4일 이들의 영입설이 나오자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조차 모르는 아이디어 수준의 얘기들이 떠도는 셈이다.
일시적인 효과는 있다. 진보성향의 인사들에 대한 영입시도가 외부에 노출되는 자체만으로도 박 후보의 포용력이 확장되는 느낌이다. 전태일 재단 방문을 시도했다가 거부당하면서 제기된 '진정성 논란'마저 잠재울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박 후보가 반대 진영의 사람을 캠프에 영입하게 되면 분명 이미지 제고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도 이 같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핵심 관계자는 "이 같은 영입설이 보도되는 것 자체만으로 박 후보의 이미지가 크게 좋아졌다"며 "최근 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 그 분(진보진영의 인사)들이 오겠느냐"며 영입 가능성은 낮게 봤다. 장하준 영입설의 진원지인 홍사덕 전 박근혜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도 '우연히' 마주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부작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당사자들이 극도로 부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정태인 새사연 원장은 영입설이 나오자 트위터를 통해 "시민연합정부에서도 박근혜 씨를 영입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어떤 '장관직'을 드려야 할지 마땅치가 않다"고 조롱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태일 재단 방문 무산으로 불거진 '진정성 논란'마저 확산될 수 있다. 영입설도 당사자들에게 무례한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후보는 지난달 전태일 재단 방문에서 충분히 당사자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고 '일방통행'식으로 일정을 강행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난무한 영입설이 자칫 9월 말로 예정된 박 후보의 대선캠프 출범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도 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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