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여행지 강원도 영월을 가다-동강 어라연과 서강 한반도마을
[아시아경제 조용준 기자]계사년(癸巳年) 뱀의 해가 밝았다. 올 첫 여행지 선정이 걱정이다. 새해의 의미도 담고 싶다. 뱀의 해의 연관성도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하지만 그런 곳을 찾는다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새해 첫날부터 머리가 꽉 막혔다. 어디 내 마음먹은대로 되는게 있던가ㆍㆍㆍ.
전국 지도를 펼쳐 놓고 고민을 거듭했다. 새해면 으레 떠오르는 동해바다쪽으로 가볼까. 아니면 이색적인 곳을 찾아볼까. 이런 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순간, 딱 한곳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두개의 강이 흐르는 강원도 영월이다. 굽이쳐 흐르는 사행천(蛇行川)인 동강은 뱀의 해에 딱 맞아 떨어지고, 부드러운 서강은 새롭게 태동하는 2013년의 대한민국을 보여주는 한반도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선돌의 아름다운 설경과 단종의 한이 서린 청령포 등 볼거리가 넘쳐난다. 이만하면 영월이 새해 첫 여행지로 손색이 없을만하다.
◇사행천 동강을 굽어보다--어라연 잣봉
동강 풍경을 비경(秘境)이라 부르는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 빼어난 경치를 가진 강이야 전국에 많겠지만 그럼에도 '숨길 비(秘)'자가 가장 어울리는 강이라면 단연 동강이다.
동강이 '숨어 있는' 이유는 물굽이가 수직의 뼝대(절벽)를 감아 돌며 사행(蛇行)하는 탓에 물 옆으로 좀처럼 길을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물길이 51km를 굽이쳐 흘러서 간다.
이중 정작 사람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어라연(魚羅淵)이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고기가 비단결 같이 떠오르는 연못'이라고 불렀을까. 강물이 굽어 흐르는 안쪽에 세 개의 큰 바위(삼선암)가 솟아 있는 풍광은 저절로 한 폭의 산수화다.
이런 어라연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특급 전망대가 영월 잣봉(537m)이다.
잣봉산행의 들머리는 거운리 거운분교다. 눈길을 헤치며 첫발을 내딛는다. 마차마을과 만지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오르면 잣봉이다.
마을길과 숲길을 지나 정상 1.1km를 앞두곤 급경사를 오르는 나무계단이다. 눈을 뒤집어 쓴 나무계단을 오르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허벅지가 팍팍해질때쯤이면 능선으로 진입한다.
오르막이 심하지 않은 능선은 오른쪽으로 동강을 끼고 걷는다. 눈에 덮힌 능선의 길은 푹신하고 아늑하다.
정상을 앞두고 어라연을 굽어볼 수 있는 두 곳의 전망대가 있다. 첫 번째보다 두번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맛이 더 기똥차다. 전망대에 섰다. 새하얀 눈을 뒤집어 쓴 삼선암이 굽이친 물길을 헤치며 당당하게 서 있다. 가히 '동강 최고의 비경'이하 할 만 하다.
이곳에선 어라연의 속살을 숨김없이 볼 수 있다. 동강위에 우뚝 솟은 삼선암과 옥순봉, 깎아지른 뼝대, 눈 덮힌 초승달 모양의 모래톱 등 눈앞에 펼쳐진 천혜의 비경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잣봉과 전망대를 거쳐 만지마을 쪽으로 걸어 원점으로 돌아오는 강변길의 운치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내려서는 길은 가파른 내리막이다. 눈이 쌓여 있어 여간 미끄러운게 아니다. 아이젠을 착용했지만 발걸음은 조심스럽다. 거꾸로 이쪽길로 해서 잣봉을 올랐다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험한 구간에는 곳곳에 밧줄이 매어져 있다.
하산길에서 살짝 벗어나 칼바위 능선쪽으로 가면 급하게 휘어진 물길아래 어라연과 삼선암이 손에 잡힐 듯 내려다보인다.
다시 강변길로 나서 가다보면 전산옥 주막터를 만난다. 전산옥이란 1970년대 초반까지 이곳에서 주막을 지키던 주모의 이름이다. 지금은 흔적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지만 그당시 동강 떼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곳이였다. 주막을 지나 강변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출발지로 내려선다.
◇눈덮힌 한반도에 또 하나의 한반도--선암마을
서강은 오밀조밀한 산세와 들판을 감싸며 흐르는 깊고 부드러운 강물과 어우러진 풍경이 장관이다. 이런 서강의 풍광 가운데 가장 빼어난 것이 우리땅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선암마을의 한반도 지형과 선돌이다.
서강 절경의 첫 관문인 서면 옹정리 선암마을을 찾았다. 차로 구불구불 이어진 산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자 한반도지형 주차장이 나온다. 바로 한반도 지형를 볼 수 있는
전망대로 오르는 입구다. 눈덮힌 솔숲 오솔길을 지나 종만봉 전망대로 올랐다.
"와 정말 똑 같다! 동해, 남해, 서해, 만주로 뻗은 북쪽까지ㆍㆍㆍ" 전망대에 가까워지자 마을을 내려다보던 사람들이 쏟아내는 감탄사가 귀전을 울린다.
전망대에 서면 삼면이 바다인 우리땅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눈덮힌 한반도와 동해안 쪽의 절벽, 썰물때면 드러나는 서해 갯벌, 남해 땅끝마을까지 신묘한 풍경을 뽑아낸 산천 조화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뿐만이 아니다. 백두산에서 뻗어 내린 듯 송림으로 우거진 산줄기가 마치 백두대간처럼 선암의 등줄기를 달린다.
전망대를 나와 차로 한 10분정도 영월 방향으로 가면 소나기재 정상이 나온다. 고갯마루에 차를 대고 평탄한 오솔길을 잠시 걸어 들어가면 까마득한 낭떠러지에 서강 최고의 절경인 '선돌'이라는 커다란 기암이 반긴다.
선돌은 신선이 노는 곳이라 불릴 정도로 서강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소로, 그 경치 또한 아름답기 그지 없다. 이 거대한 바위덩이는 옥황상제가 큰 칼로 절벽을 뚝 베어 반으로 잘라 놓은 듯 두 봉우리가 솟아 올라 있는 모양이다. 우뚝 솟은 선돌 너머로 서강이 하얀 솜이불을 덛고 침잠에 빠져 있다.
영월=글ㆍ사진 조용준 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을 나온다. 38번 국도를 따라 영월방면으로 가다보면 한반도마을 이정표가 나온다. 잣봉 트레킹은 영월에서 태백방면으로 나서 동강을 따라 어라연방면으로 가다 거운리 거운분교로 가면된다.
△볼거리=단종의 한이 서린 청령포와 장릉, 고씨동굴, 감삿갓유적지, 요선암, 주천강, 별마로 천문대, 다한우촌 등이 유명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또 영월은 박물관의 고장으로 불릴정도로 다양한 박물관이 많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