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미끌미끌 축축할 것 같은 기다란 몸뚱이, 소리 없이 발밑을 '쉬익' 스쳐가는 듯한 촉감, 그리고 무서운 독을 품은 채 날름거리는 기다란 혀……
사람들은 흔히 '뱀'이라고 하면 무섭고 징그럽다는 느낌부터 갖는다. 심지어 '혐오스럽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동물원 유리창으로 비치는 뱀은 어린이들은 물론 모든 관람객들에게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꿈틀꿈틀 커다란 몸을 움직이며 어디든 잘 기어가는 뱀을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과연 뱀은 인간에게 해가 되는 동물일까? 뱀은 정말 무섭고 피해야 할 동물일까?
생물학적으로 뱀은 파충류 유린목(有鱗目)에 속하는 척추동물이다. 가늘고 긴 모양으로 등에는 작은 비늘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고 배에는 가늘고 긴 비늘이 일렬로 배열돼 있다. 다리가 없는 대신 이 배비늘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간다.
뱀은 눈꺼풀과 겉귀가 없고, 그래서 시각과 청각이 그리 좋지 않다. 대신 후각과 촉각이 대단히 발달했다. 콧구멍 외에도 입 속에 야콥슨기관이라는 것이 있어 냄새를 맡는 중심 기능을 한다.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혀를 입 밖으로 뻗쳐 날름거리며 모아 들인 냄새를 이곳으로 보낸다.
흔히 뱀의 혀를 독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심재한 한국양서·파충류생태복원연구소장은 "뱀의 혀는 실과 같이 유연하고 약해 사람을 찔러 상처를 입힐 수 없고 단지 냄새를 맡기 위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뱀의 목뼈는 유연성이 뛰어나 큰 먹이를 통째로 삼킬 수 있게 한다. 아래턱과 위턱을 연결하는 방골이 떨어졌다 붙었다 하기 때문에 입을 크게 벌릴 수 있고, 좌우 아래턱이 인대로 연결돼 교대로 움직일 수 있다.
뱀은 변온동물이라 일광욕을 즐긴다. 풀섶이나 들판 볕이 잘 드는 바위 위에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모습은 바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다. 물에서 막 나온 상태가 아니라면 뱀의 피부는 뽀송뽀송하기까지 하다.
이른 겨울이면 땅굴이나 바위 틈으로 들어가 다음 해 완연한 봄기운이 돌 때까지 동면에 들어간다.
먹잇감으로는 살아 있는 것만 먹는다. 쥐를 가장 좋아하지만 개구리나 토끼, 작은 새 등도 잡아먹는다.
이상철 인천대 생물자원환경연구소 박사는 "뱀은 인간에게 병을 옮길 수 있는 쥐와 같은 설치류를 잡아먹어 생태계의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대체로 뱀은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뱀에 물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상당 수가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물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어설프게 뱀을 잡으려고 손으로 머리 부분을 잡았다가 벌어지는 일이다. 등산로에서 마주친 뱀이 사람 발목 높이 이상으로 튀어 올라 무는 일은 거의 없다.
만일 뱀에 물렸다면 당황하지 말고 가능한 빨리 가까운 종합병원을 찾아 혈청주사를 맞으면 대개 며칠 안에 완치될 수 있다.
심 소장은 "뱀은 사람이 먼저 해코지를 하지 않는 이상 사람과 마주치면 알아서 피해간다"고 덧붙였다.
뱀이 장수한다는 속설 때문에(실제 뱀의 수명은 12~30년 정도다) 민간에서는 한때 보신용, 정력제로 둔갑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크기가 크고 힘이 좋은 구렁이와 까치살모사 등 작은 뱀들을 한데 넣어 푹 고아 끓인 '뱀탕', '생사탕' 등이 수백만원대에 판매됐고, 이 때문에 전국 야생의 뱀 개채 수가 급격히 감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불법으로 포획된 뱀을 취급하는 뱀탕집 등을 전국적으로 단속하면서 최근에는 인공증식을 목적으로 허가를 받아 운영되는 뱀 농장이 일부 남아 있을 뿐 뱀을 식용으로 찾는 사람은 크게 줄어들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바리뱀, 능구렁이 등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뱀을 불법 포획할 경우 최고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며 "뱀 자체가 식품위생법상 축산물로 등재돼 있지 않아 뱀을 먹는 행위 자체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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