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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뱀의해] 사람·재물 지키는 신비한 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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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경문왕이 침소에서 안고 잔 동물
뱀띠는 곤경에 굴하지 않는 승부사적 기질
뱀 꿈은 아들 낳는 태몽 … "올해는 黑巳의 해"

[2013 뱀의해] 사람·재물 지키는 신비한 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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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2013년 계사년(癸巳年), 뱀의 해가 떠오르고 있다. 추운 겨우내 땅 속에 숨어 있다가 봄이 오면 기지개를 켜듯 고개를 들고 땅 위로 나오는 뱀의 모습은 생명의 재탄생과 영원불멸의 존재를 연상시킨다.

'계사(癸巳)'는 60갑자 중 30번째로 '뱀띠'에 해당된다. 오행에서 계(癸)는 '우로지수(雨露之水·비와 이슬)'로 북방을, 사(巳)는 '음화(陰火·음기와 불)로 남방을 각각 상징한다.


정석원 한양대 중국학과 교수는 "계(癸)는 땅 속 깊숙이 숨어 힘차게 싹을 틔우는 기상이고 사(巳)는 시기상 4월, 즉 초목이 무성해지는 시기로 뱀이 왕성하게 활동을 개시하는 때"라며 "곧 계사년은 만물이 흥성하는 기운을 뜻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뱀은 그 모습이 징그럽고 흉측하다 해서 간사하고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동물로 묘사될 때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재물과 사람을 지켜주는 존재로 여겨졌다. 사람들은 집안에 들어온 커다란 구렁이가 재산을 지키고 재물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동물이라며 내쫓지 않고 오히려 잘 보호했다.


뱀은 또 한꺼번에 많은 알과 새끼를 낳기 때문에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자 살림을 늘리는 복스러운 영물로 간주됐다.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고 그 때마다 조금씩 커지기 때문에 '성장'을 상징하기도 한다. 긴 겨울잠을 자는 동안 사람들의 눈에서 사라졌다 봄이 되면 다시 나타나는 뱀은 생명력의 표상이 된다.


◆ 사람과 재물을 흥하게 하고 지켜주는 뱀 = 동양에서는 뱀을 신비스런 능력이 있는 동물, 지혜를 가진 영묘한 동물로 여겨 왔다. 옛 역사와 설화 속에 뱀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지는 이유다. 고구려 고분벽화나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무덤의 수호신, 죽은 이의 환생과 영생을 기원하는 상징물로 뱀이 그려져 있다.


삼국유사에는 뱀과 관련된 여러 기이한 이야기가 나온다. 신라 48대 경문왕의 침전에 저녁마다 무수한 뱀이 모여들었다. 궁 안의 사람들은 놀라고 무서워 뱀을 쫓아내려 했다. 그러나 왕은 "나는 뱀이 없으면 편안히 잠들지 못하니 금하지 말라"고 했다. 왕이 잠을 잘 때 뱀이 혀를 내밀고 왕의 가슴을 덮어줬다는 것이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는 신라 통일 후 문무왕 때 전 가야국 김수로왕의 묘에 금과 옥이 많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 도굴꾼이 들끓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 때 30척(尺·약 10m)이나 되는 커다란 뱀이 눈을 번뜩이며 사당 옆에서 나와 도적 8~9명을 물어 죽였다. 뱀이 묘를 지키는 수호신이었던 셈이다.


민가에서 뱀 꿈은 아들을 낳는 태몽으로 해석된다. 김상회 한국역술인협회 부회장은 "뱀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자력으로 이루려는 의지력이 강하고 곤경에 처해도 굴하지 않는 승부사적인 기질을 가졌다"며 "재복을 갖고 태어나는 경우가 많아 자영업이나 기업을 경영해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올해를 뱀 중에서도 '흑사(黑巳)'의 해로 보는 의견도 있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은 "계는 오방에서 물 수(水)에 해당하고 색으로 치자면 검은색에 해당한다"며 "60갑자 중 마지막 뱀의 해는 검은 뱀의 해"라고 설명했다.


◆ 눈 안보이고 다리 없어도 어디든 잘 기어가 = 생물학적으로 뱀은 파충류 유린목(有鱗目)에 속하는 척추동물이다. 가늘고 긴 모양으로 등에는 작은 비늘이 규칙적으로 배열돼 있고 배에는 가늘고 긴 비늘이 일렬로 배열돼 있다. 다리가 없는 대신 이 배비늘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간다.


뱀은 눈꺼풀과 겉귀가 없고, 그래서 시각과 청각이 그리 좋지 않다. 대신 후각과 촉각이 대단히 발달했다. 콧구멍 외에도 입 속에 야콥슨기관이라는 것이 있어 냄새를 맡는 중심 기능을 한다.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혀를 입 밖으로 뻗쳐 날름거리며 모아 들인 냄새를 이곳으로 보낸다.


흔히 뱀의 혀를 독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심재한 한국양서·파충류생태복원연구소장은 "뱀의 혀는 실과 같이 유연하고 약해 사람을 찔러 상처를 입힐 수 없고 단지 냄새를 맡기 위한 도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뱀의 목뼈는 유연성이 뛰어나 큰 먹이를 통째로 삼킬 수 있게 한다. 아래턱과 위턱을 연결하는 방골이 떨어졌다 붙었다 하기 때문에 입을 크게 벌릴 수 있고, 좌우 아래턱이 인대로 연결돼 교대로 움직일 수 있다.


뱀은 변온동물이라 일광욕을 즐긴다. 풀섶이나 들판 볕이 잘 드는 바위 위에 뱀이 또아리를 틀고 있는 모습은 바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행동이다. 이른 겨울이면 땅굴이나 바위 틈으로 들어가 다음 해 완연한 봄기운이 돌 때까지 동면에 들어간다. 먹이감으로 죽은 것은 먹지 않는다. 쥐를 가장 좋아하지만 개구리나 토끼, 작은 새 등도 잡아먹는다.


이상철 인천대 생물자원환경연구소 박사는 "뱀은 인간에게 병을 옮길 수 있는 쥐와 같은 설치류를 잡아먹어 생태계의 안정과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대체로 뱀은 사람을 먼저 공격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심 소장은 "뱀은 사람이 먼저 해코지를 하지 않는 이상 사람과 마주치면 먼저 피한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2013 뱀의해] 조상들이 생각한 뱀 어떻게 생겼을까?>
☞ 관련기사 <[2013 뱀의해] 민간 설화 속 '뱀', 뱀도 은혜 갚는다>
☞ 관련기사 <[2013 뱀의해] 구렁이와 사랑에 빠진 24살 뱀띠 처녀>




조인경 기자 ikj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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