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선수들의 몸값은 크게 뛰어올랐다. 특색은 하나 더 있다. 높아진 타격코치의 비중이다.
박병호와 강정호의 기량을 끌어올리고 ‘흙속의 진주’ 서건창(이상 넥센)을 발굴해낸 박흥식 타격코치는 김시진 감독의 부름을 받고 롯데로 자리를 옮겼다. 이동은 김주찬(KIA)과 홍성흔(두산)이 빠져나간 타선을 개선할 대안의 성격이 강하다. 기대대로 박 코치는 최근 휴식일 없이 타자 지도에 여념이 없다.
한화에서 KIA로 둥지를 옮긴 김용달 코치도 중책을 떠안았다. 133경기에 54개의 팀 홈런에 그친 타선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LG의 김무관 코치도 빼놓을 수 없다. 타점과 장타 능력이 부족한 타선을 수정 및 보완하기 위해 힘든 겨울나기를 자처하고 있다. 나머지 구단의 타격코치들도 비슷한 어려움과 부담에 맞닿아 있다.
최근의 프로야구는 타격전보다 투수전을 지향한다. 지키는 야구가 대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 때문에 타선이 빈약한 팀들도 외국인 선수를 모두 투수로 영입하고 있다. 1군 무대 입성을 앞둔 NC 역시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선발투수로 영입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미 아담 윌크와 찰리 쉬렉을 데려왔다.
이 같은 추세 속에 타격코치들이 느끼는 부담은 크게 가중되고 있다. 타자들과의 호흡마저 적잖게 혼선을 빚는다. 다수 타격코치들은 선수들이 타석에서 작전이 없다는 점, 실패에 대한 불안이 크다는 점 등에서 고충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고민은 선수들에게서도 발견된다. 타격 이론의 이해 부족과 다양한 타격코치들의 각기 다른 지도방법에서 오는 혼란 등이 대표적이다. 마찰 해소의 최선책은 타격코치와 타자의 대화다. 의견 교류가 원만하지 않을 경우엔 감독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야 한다.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해결됐다고 해도 많은 타자들은 시즌에 돌입하면 병을 앓는다. 부진이다. 단순히 체력저하에서 비롯된 경우도 있겠지만 시즌을 망칠만큼 심각한 수준도 의외로 많이 발견된다. 타격 부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체력저하와 빠른 공에 대한 늦은 대처다.
대부분의 타자들은 빠른 공에 대처가 느리다. 이유는 다양하다. 속구를 때릴 때 변화구를 함께 생각하거나 준비가 늦다. 밀어치는 타격을 하려다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원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국내 타자들이 인지하는 타격 포인트는 대부분 앞발에 형성돼 있지 않다. 몸 안쪽으로 공 서너 개 정도 뒤쪽에 포인트가 잡혀있다.
글쓴이도 어린 시절 타격 포인트를 뒤에 두고 타격하라는 지도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좋은 타격과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 위해 앞발에 형성되는 포인트는 필수이자 모범답안이다. 전 경기가 중계 방송되는 현대야구를 비디오분석을 통해 살펴보면 그 내용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타자들은 타격 포인트를 앞으로 가져가는 데 두려움을 가진다. 믿음을 가지지 못하면 영원히 2할대 타율의 타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다수 타자들은 글쓴이에게 말할 것이다. 앞으로 이동한 타격 포인트로 인해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는 게 두렵다고. 하지만 타격 포인트를 앞에 두면서 변화구에 대처하는 건 훈련을 통해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
황금기를 통과하고 있는 프로야구. 수준 높은 타격의 묘미가 사라진다면 타자들은 흥행과 재미를 모두 놓칠 수 있다. 좋은 타자로 가는 길도 물론 멀어질 것이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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