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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다르빗슈:에이스를 향한 고난의 행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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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의 X-파일]다르빗슈:에이스를 향한 고난의 행군②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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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편 '다르빗슈:일본야구 독재자의 미국 침공'에 이어 계속

두 얼굴의 사나이


시범경기에서 다르빗슈는 칭찬과 우려를 동시에 들었다. 변화구의 위력은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불안한 직구 제구를 적잖게 지적받았다. 슬라이더를 위시한 변화구는 많은 탈삼진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직구 제구가 말을 듣지 않으며 볼카운트 싸움에서 자주 밀렸고 많은 볼넷을 허용했다. 다르빗슈의 새로운 고민거리였다.

다르빗슈에게 직구 제구에 대한 지적은 낯설지 않다. 니혼햄 타격코치로 다르빗슈를 3년 동안 지켜본 시라이 가즈유키(요코하마 코치)는 2008년 9월 야구전문지 슬러거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높은 레벨의 선수는 틀림없으나 미세한 컨트롤 면에서 마쓰자카에 뒤진다”라고 평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지는 능력, 즉 컨트롤은 뛰어나지만 원하는 곳에 정확히 공을 던지는 커맨드는 평균 수준”이라며 “메이저리그 성공을 위해선 커맨드를 가다듬어 한 경기 평균투구수를 줄여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미국 야구관계자들의 생각 또한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9월 1일 스포츠닛폰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관계자의 코멘트를 토대로 다르빗슈가 커맨드를 향상시킬 경우 팀 린스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월 슬러거와 인터뷰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구위(Stuff)와 컨트롤은 훌륭하나 커맨드는 스케일 리포트로 점수를 매길 경우 50점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50점은 메이저리그 평균을 조금 상회하는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이 스카우트는 “다르빗슈는 지난해 구속을 올리는데 성공하며 많은 삼진(276개)을 잡아냈다. 허나 볼 카운트가 불리해지면 매번 직구를 높은 코스로 던져 힘으로 타자를 제압하려 했다”라고 말했다.


5월 15일까지 다르빗슈는 일곱 차례 선발 등판해 5승(1패)을 따냈다. 아메리칸리그 다승 공동선두에 2.84의 평균자책점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포심 패스트볼은 여전히 고민이었다. 다르빗슈는 149.4km의 포심 평균구속과 59.6%의 스트라이크 확률을 기록하고 있었다. 문제는 헛스윙 확률. 들쭉날쭉한 제구 탓인지 4.5%에 머물렀다. 헛스윙 확률은 타자들이 체감하는 구위를 알아볼 수 있는 주요지표 가운데 하나. 150km에 육박하는 평균 구속에도 타자들이 체감하는 위력은 그리 높지 않았던 셈이다.


[김성훈의 X-파일]다르빗슈:에이스를 향한 고난의 행군②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당시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혔다. 그 하나는 직구를 세게 던지려 할 때 마운드에서 미끄러진 모습이다. 이는 곧 제구 불안으로 연결됐다. 다른 하나는 높아진 슬라이더 구사 비율(20.1%)인데 무의식적으로 팔 높이가 낮아진 모습이 직구 구사에서도 적잖게 포착됐다.


다르빗슈는 5월 16일 오클랜드 어슬렉티스전에서 수정된 투구 폼을 선보였다. 스트라이드의 폭을 줄이는 대신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릴리스포인트를 올렸다. 구속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제구를 향상시키겠단 의도였다. 변화는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경기에서 7.2이닝을 4피안타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그러나 5월 21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4이닝 5실점, 27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전에서 5이닝 3실점하며 쓴잔을 들이켰다.


다르빗슈는 6월부터 미국에서 꾀한 투구 폼 교정을 포기하고 일본 프로야구 시절로 회귀했다. 대신 제구 불안을 보이는 포심패스트볼 구사를 줄이고 투심패스트볼과 컷패트스볼의 비율을 늘렸다. 겉보기에 이는 실패로 보일 수 있다. 6월 한 달 동안 5경기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한 까닭이다. 하지만 볼넷과 탈삼진은 각각 15개와 40개였다. 이는 다르빗슈의 지난 시즌 월간 최고 성적이다.


각성과 수정


다르빗슈에게 진짜 위기는 7월 찾아왔다. 한 달 동안 1승(3패)을 거두는데 그쳤다. 평균자책점도 5.74로 꽤 높았다. 이에 다수 야구팬들은 다르빗슈의 체력 저하를 지적했다. 이는 사실이라 보기 어렵다. 다르빗슈는 부진 탈출을 위해 직구 구속 증강을 승부수로 띄웠다. 그 덕에 7월 직구 평균 구속은 150.5km로 빨라졌다. 극심한 체력저하에 시달리는 선수에게서 직구 구속이 높아지는 모습은 결코 찾을 수 없다. 다르빗슈와 마이클 매덕스 투수코치가 찾아낸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제구 불안이다.


이는 디딤 발인 왼발의 불안정한 착지에서 비롯됐다. 다르빗슈는 일본 프로야구 시절부터 왼발을 1루 방향으로 크로스 스탠스해 던지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 직구 구속을 올리는 과정에서 스트라이드의 폭은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이는 곧 불안정한 착지자세의 원인이 됐다. 더구나 다르빗슈는 왼발이 착지하는 과정에서 새끼발가락 방향부터 착지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이 미국에선 왜 문제로 불거졌을까. 원인은 마운드 흙의 경도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구장의 마운드는 부드럽고 잘 파인다. 그 덕에 새끼발가락부터 불안정한 착지를 해도 엄지발가락 부분까지 땅을 파고들어 안정적인 자세에서 공을 던지는 것이 가능하다. 미국의 마운드는 다르다. 대부분의 구장들이 딱딱하다. 그 탓에 새끼발가락부터 착지하는 다르빗슈의 불안정한 착지자세는 1루 방향으로 미끄러지는 광경을 자주 연출했다. 직구를 강하게 던지려고 스트라이드의 폭을 넓히고 딜리버리와 팔 스윙을 빠르게 가져갈수록 제구력이 나빠진 건 당연했다.


[김성훈의 X-파일]다르빗슈:에이스를 향한 고난의 행군②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불안한 제구의 원인을 찾는데 성공했지만 습관은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 없었다. 이에 텍사스 전력분석 팀은 다르빗슈에게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했다. 그 해답은 템파베이 레이스의 데이빗 프라이스였다. 프라이스는 직구 평균구속 153.8km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파이어볼러다. 그는 스퀘어 스탠스로 던지면서 다섯 발가락이 동시에 착지하는 안정적인 투구동작을 가지고 있다.


매덕스 코치가 중점을 둔 부분은 ▲ 기존의 크로스 스탠스를 스퀘어 스탠스로 교정하고 ▲ 좀 더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스트라이드의 폭을 늘어나고 딜리버리의 진행속도가 빨라지는 걸 방지하는 것이었다. 실험은 등판을 하지 않은 4일간의 휴식일 동안 이뤄졌다. 매덕스는 곧 다르빗슈의 몸에 가장 잘 맞는 투구 폼이 그의 친동생 그렉 매덕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렉 매덕스는 시카고 컵스 시절 작은 체구에도 강속구를 던지는 선수였다. 이후 투구내용은 달랐다. 강속구보다 직구의 제구와 홈 플레이트 근처에서의 움직임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그 덕에 그렉 매덕스는 ‘컨트롤의 마법사’라는 별명과 함께 통산 355승을 일궈냈다.


그렉 매덕스의 투구는 오른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출발한다. 투구의 축이 굽혀지는 까닭에 스피드를 올리기 위한 넓은 스트라이드는 실현되기 어렵다. 활시위를 끌어당기는 동작이 생략되나 분명한 장점은 있다. 활시위를 미리 당겨놓은 것 같은 자세로 제구를 잡는데 유리해진다.


다르빗슈는 8월 12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전에서 달라진 투구 폼을 선보였다. 결과는 6.2이닝 3실점. 투구 폼 수정 탓인지 다르빗슈는 8월 17일 토론토전 이후 오른 허벅지 통증을 호소, 선발 로테이션을 한 차례 걸렀다. 하지만 그는 분명 전혀 다른 투수가 돼 있었다. 가장 돋보인 건 볼 배합. 8월 11일 이전까지 다르빗슈는 포심 패스트볼 31.4%, 투심 패스트볼 20%, 슬라이더 21.1%의 투구 내용을 보였다. 이후는 컷 패스트볼 32.4%, 포심 패스트볼 29.9%, 슬라이더 13.7%, 커브 12.3%였다. 성적도 달라졌다. 9월 한 달 동안 치른 5경기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21을 기록했다. 라이언 사장 포함 텍사스 구단이 원하던 에이스의 모습이었다.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은 이런 다르빗슈에게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떠한 변화도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다르빗슈는 투구 폼 변화에 대한 조언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치밀한 분석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투구 폼을 만들어낸다. 이런 유연한 적응력은 그를 지탱하는 중요한 힘이다.”


[김성훈의 X-파일]다르빗슈:에이스를 향한 고난의 행군②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다르빗슈의 막바지 상승세와 달리 텍사스는 내리막을 걸었다. 시즌 내내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유지했지만 2경기를 남겨놓고 오클랜드에 역전을 허용했다. 가라앉은 팀 분위기는 10월 5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원 게임 플레이오프 패배(1-5)로까지 이어졌다.


다르빗슈, 어디까지 성장할까


다르빗슈의 오프 시즌은 조용하다. 시즌 종료 직후 가진 슈칸베이스볼, NHK 특집다큐멘터리 ‘다르빗슈 : 메이저리그와 싸운 남자’와의 인터뷰에 응한 것이 전부다. 다르빗슈는 슈칸 베이스볼과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 첫 해를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내가 직구 제구에 약하다는 걸 메이저리그에 와서 처음 알았다. 일본 프로야구 시절 컨트롤엔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커맨드를 향상시킬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커맨드는 가장 갖고 싶은 기술이 됐다. 이를 어떻게 하면 능숙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다르빗슈는 내년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승수나 평균자책점은 중요하지 않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을 치루고 나니 몸이 너덜너덜해졌다. 내년 이맘 때 그렇지 않도록 몸을 강화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나는 올 시즌 두 차례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졌다. 로테이션을 거르진 않았지만, ‘4일 휴식 후 5일 등판’이란 목표도 네 차례나 이루지 못했다. 내년에는 로테이션을 미루거나 거르지 않으며 풀 시즌을 소화하고 싶다. 이를 위해선 110kg의 체중을 시즌 내내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리프트로 들어 올릴 수 있는 최대 무게는 170kg(약 375파운드)이다. 메이저리그에서 최정상급 하체 힘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저스틴 벌렌더(디트로이트)는 250kg(약 550파운드)까지 소화한다고 하더라. 내가 그 정도 무게를 들어 올릴 만큼 몸을 만든다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본 프로야구 시절과 같은 성적을 찍을 수 있지 않을까(웃음).”


이미 전파를 탄 NHK <다르빗슈 : 메이저리그와 싸운 남자>에선 다르빗슈의 변화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부진의 늪에 빠졌던 7월 “일본에서 기록한 성적을 여기서도 남길 것이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10월 인터뷰에서 생각은 조금 달라졌다. 다르빗슈는 “내 스스로 무언가를 찾고 깨달아야 하는 나이”라며 “시즌 막판 파워피처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미국 현지 관계자들은 다르빗슈가 시즌 중반 위기를 극복하고 시즌을 훌륭하게 마무리 했다고 입을 모은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몇 안 되는 일본인 투수라고 칭찬하기도 한다. 하지만 놀란 라이언이 강조한 에이스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다소 회의적인 대답을 내놓는다.


최근 댈러스 모닝뉴스의 에반 그랜트 기자는 텍사스의 연이은 주축선수 이적과 특급 FA 영입 실패에 아쉬워하는 칼럼을 남겼다. 그는 잭 그레인키(LA 다저스) 영입이 무산된 것에 대해 “텍사스로 왔다면 2년 전 클리프 리(필라델피아 필리즈)가 보여줬던 에이스 역할을 해줬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훈의 X-파일]다르빗슈:에이스를 향한 고난의 행군② [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그랜트를 비롯해 포트워스 스타 텔레그램, MLB.com의 T.R 설리반 등 텍사스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기자들은 다르빗슈에게 에이스란 단어를 붙이지 않는다. 시즌 막판 7경기에서 선보인 호투에도 “탄탄한(Solid) 2선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정도의 평을 내렸다. 여기에는 텍사스의 홈구장 알링턴 볼 파크도 한 몫을 할 것이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 다음으로 투수에게 가혹한 환경을 갖췄기 때문이다.


물론 다르빗슈에 대한 평은 최근 크게 나아졌다. 시즌 중반 볼넷을 남발할 때만 해도 텍사스 담당기자들의 시선은 회의로 가득 했다. 당시 라이언 사장은 “내 현역시절보다 좋은 제구를 갖췄다”라며 다르빗슈를 두둔했다. 그는 진지한 야구철학에 끊임없이 자신을 분석하는, 또 40도를 넘나드는 알링턴의 무더위 앞에서도 엄청난 훈련을 소화하는 다르빗슈에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를 향한 다수 야구팬들의 눈은 긍정론보다 부정론과 관망론에 더 가깝다. 이런 평을 뒤집는 건 고스란히 다르빗슈의 몫이다.


다르빗슈의 성적과 노력에 불현 듯 1년여 전 기사가 떠오른다. 지난해 11월 15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톰 버두치 기자가 작성한 전망 기사다. 글에서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남겼었다.


“치열한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사람들은 지난날의 역사(일본인 투수 3년 한계론)와는 무관할 것 같은 선수를 만나기도 한다. 다르빗슈가 바로 그런 선수다. 그는 미국야구 관계자들이 생각하는 일본인 투수의 한계를 뛰어넘을 유일한 선수다.”


김성훈 해외야구 통신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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