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올 3분기까지 부진을 면치 못했던 아웃도어 업계가 이른 한파 덕분에 매출 호조를 보이면서 한 해 장사를 마무리 지었다.
토종 브랜드 코오롱스포츠가 노스페이스에 이어 매출 6000억원대를 넘어섰고, K2 역시 5000억원대 매출을 돌파하는 등 대약진했다.
또 블랙야크와 네파, 아이더 등 중견급 아웃도어업체들 역시 매출이 크게 늘어나며 예전 호시절 때 전성기를 되찾은 모습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 순위는 노스페이스가 올 들어 현재까지 누적매출이 작년 매출인 615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아웃도어 업계 1위 자리를 10년간 유지하는 것이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올해도 매출 성장이 꾸준히 지속돼 10년 연속 업계 1위를 수성할 것으로 예상되며, 매출 규모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영업활동 전개를 통해 내실있는 경영성과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코오롱스포츠가 자체 분석결과 예상매출 6000억원(지난해 5200억원)으로 매출 2위에 올랐다. 케이투가 5300억원(지난해 4100억원), 블랙야크 4500억원(3500억원) 등으로 전년대비 매출이 대폭 신장했다.
지난해 컬럼비아, 라푸마 등과 함께 약 25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공동 5위에 올랐던 네파는 올해 경쟁 브랜드들을 따돌리고 약진했다. 4000억원대 매출로 단독 5위에 오른 것.
컬럼비아는 3100억원(지난해 2500억원), 밀레 2800억~3000억원(2000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아이더가 2000억원(11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아웃도어 업계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런 높은 매출신장을 이룬 것은 겨울 매출이 따라줬기 때문이다. 한 해 장사의 결정짓는 다운재킷이 완판 행렬을 이어가면서 불황기에도 아웃도어 시장은 20%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이달들어 고가의 헤비다운 재킷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30% 증가한 것이 매출 기여에 한 몫했다.
올해 아웃도어의 급신장세는 사실 올 3분기까지만 해도 전혀 예측되지 않았다. 작년까지 폭발적 성장을 거듭했던 아웃도어 시장은 8월부터 급격히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9월께 대부분의 브랜드가 목표치를 달성치 못하고 일부 브랜드는 역신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업체가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올 들어 10개 남짓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시장이 과열경쟁 양상을 보인데다 경기침체로 각 브랜드의 매출 역시 내리막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겨울방학과 스키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지금같은 판매추이가 더 뚜렷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겨울산행객이 늘면서 등산화 등 등산용품 매출이 함께 늘고 있다는 점도 아웃도어업계로선 반가운 점이다.
지난해 겨울 이상고온 현상으로 판매율이 급락, 떠안고 있던 200만장 가량의 슬림다운 재고도 올해 각종 할인행사 등으로 상당량 소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올 겨울 아웃도어 시장의 호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코오롱, 블랙야크, K2 등 선두업체들은 내년 시장상황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며 준비 물량을 5~15% 정도 소폭 늘리는 정도에 그쳤다.
올해에만 10여개 신규 브랜드들이 론칭한데 이어 내년에도 리론칭을 포함해 7~8개 브랜드가 시장에 진입할 채비를 갖추고 있어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때이른 추위로 매출이 반짝 상승한 것일 뿐 시장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며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아웃도어업체들의 내년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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