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앞으로 '경복궁'은 영문으로 'Gyeongbokgung Palace', '북한산'은 'Bukhansan Mountain'으로 표기된다. 자연지명이나 유적이름 전체를 로마자로 표기하고 그 뒤에 보통명사 의미역을 덧붙이기로 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명칭 영문표기 기준'을 발표, 내년부터 적용한다고 21일 밝혔다. 그동안 기준없이 하나의 문화재가 여러가지 영문으로 표기돼 오면서 초래된 혼란을 방지한다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이 기준은 ▲국문 고유의 문화재 명칭을 최대한 보존 ▲보통명사는 단어의 뜻을 영어로 옮기는 방식의 의미역을 적용하고 고유명사는 해당 음을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거나 의미역 표기 병행 ▲문화재 명칭은 생략 없이 그 명칭 전체를 표기 ▲기준이 대립할 경우에는 활용성과 범용성이 큰 쪽을 선택 등 4가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앞으로 '경복궁'은 ‘Gyeongbokgung Palace’, ‘북한산’은 ‘Bukhansan Mountain’으로 표기해야한다. 고유명사인 '경복궁'과 '북한산' 자체를 로마자로 표기한 후 그 뒤에 궁(Palace)이나 산(Mountain)이라는 의미역을 영어로 병기한 것이다. 비슷한 예로 남한산성은 'Namhansanseong Fortress', 도산서원은 'Dosanseowon Confucian Academy'로 적으면 된다.
서적, 회화 등 동산문화재의 명칭이 작품의 제목에 해당하는 고유한 이름인 경우 전체를 로마자로 표기한다. 괄호 안에 의미역 표기를 병행하여 사용할 수 있다. 그 예로 삼국유사=Samguk yusa (Memorabilia of the Three Kingdoms)를 들 수 있다. 음악, 무용, 놀이, 의식, 공예기술 등 무형문화재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강강술래'는 'Ganggangsullae (Circle Dance)'로 표기된다.
문화재 명칭이 ‘종류+형태+용도’ 순으로 된 경우, 형태의 성격에 따라 ‘종류+형태+용도’ 또는 ‘형태+종류+용도’ 순으로 한다. 분청사기 편병의 영문표기는 'Buncheong Flat Bottle'다.
문화재 명칭에 유적지명이 포함된 경우, ‘문화재명+유적지명’의 순으로 표기한다. 경복궁 근정전은 'Geunjeongjeon Hall of Gyeongbokgung Palace'로, 용주사 동종은 'Bronze Bell of Yongjusa Temple'로 쓰면 된다.
문화재청은 이 기준을 조기에 정착시키기 위해 행정규칙으로 제정해 내년 1월 중 시행하고, 앞으로 문화재를 신규로 지정하거나 등록할 때는 국문 문화재 명칭과 함께 영문명칭도 관보에 고시토록 했다. 문화재청의 누리집과 문화재 안내판, 인쇄 홍보물 등도 점차적으로 이번 기준을 적용해 나가기로 했다. 유관기관에도 이 표기 기준에 맞추도록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또 내년 3월까지 4000개 국가지정(등록)문화재에 대한 공식명칭과 약칭이 담긴 영문표기 용례집이 배포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표준화된 문화재 명칭 영문표기는 학계, 번역계, 관광계, 문화재 활용과 안내 분야 등에서 학술적·관광적·국제적으로 편익을 제공하고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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