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윤성효 감독이 부산 아이파크의 18대 사령탑으로 정식 취임했다.
윤 감독은 18일 축구회관 5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전통 있는 팀이자 고향팀인 부산의 감독을 맡게 돼 정말 기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실 윤 감독의 부산행은 다소 의외였다. 지난 12일 수원 사령탑에서 물러날 때만 해도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겠다던 그였다. '초고속 복귀'이기도 했다. 그가 부산의 신임 사령탑으로 내정된 것은 취임식 하루 전날인 17일. 수원 지휘봉을 놓은지 불과 5일 만이었다.
그는 "사실 해외로 나가 평소 관심 있던 유소년 프로그램도 공부하고, 경기도 볼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레 부산에게서 감독 제의를 받았다"라고 전했다. 이어 "부산은 내가 학창시절을 보냈던 고향팀"이라며 "언젠가 꼭 맡아 뜻을 펼쳐보고 싶은 팀이었기에 결단을 내리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병모 부산 단장은 "예기치 않게 안익수 감독이 성남으로 떠나게 돼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었다"라며 "내년은 K리그 사상 가장 혹독한 시즌이 될 것이기에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고 생존을 보장해줄 감독이 필요했다"라고 말했다. 안 단장은 "지도자와 팀 사이엔 주어진 환경 내에서의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라며 "윤 감독을 6년 이상 지켜봤고, 부산 감독직에 윤 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라고 선임 배경을 전했다.
그는 "일부 팬들의 우려 섞인 시선도 있는 것도 잘 안다"라면서도 "윤 감독은 수원에서 값진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이 우리 구단을 살찌우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 믿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팬들도 걱정보단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야심 차게 지휘봉을 잡았지만 윤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는 녹록지 않다. 당장 젊은 선수 위주의 팀 리빌딩은 물론, 내년 시즌 팬들이 납득할만한 성적을 거둬야 한다. 나아가 예전만 못한 부산 축구 열기도 되살려야 한다.
윤 감독은 2013시즌의 1차 목표를 그룹A(전반기 7위) 진입으로 못박았다. 기존의 수비적 색채를 지울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전까지 부산은 선수비-후역습 위주의 전술을 활용했지만, 앞으론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미드필드 플레이를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좀 더 공격적이고 재밌는 축구로 팬들에게 어필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내가 부산 출신이란 점까지 최대한 활용한다면, 많은 팬들이 축구장으로 발길을 옮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수 보강 계획에 대해선 신중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좋은 선수를 데려오면 좋겠지만 구단 사정도 무시할 수 없다"라며 "앞으로 훈련을 통해 최우선으로 보강할 부분을 찾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인 등 젊은 선수들에게 최대한 기회를 주며 좋은 팀을 만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별히 꼭 이기고 싶은 팀을 꼽아달란 요청엔 말을 아꼈다. 그저 "감독에게 져도 되는 상대란 없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과거 부산의 라이벌은 수원 아니였냐란 질문엔 "내가 라이벌전에선 유독 강한 면모가 있지만, 그저 K리그에 많은 라이벌 관계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에 옆에서 듣고 있던 안 단장은 "그냥 수원이라고 해두자"라며 너스레를 떨어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