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직장인 홍모(30)씨는 올해를 넘기기 전까지 배우자감을 만나겠다며 이달 초 결혼정보업체를 찾았다. 그러나 상담만 받고는 결국 발길을 돌렸다. 홍씨는 "결혼 상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한꺼번에 100만원, 200만원하는 가입비를 내려고 하니 부담이 됐다"며 "올 연말에는 성과급도 작년보다 줄어들 것 같아서 일단 결혼정보업체 가입하는 것은 내년으로 미뤘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의 한파가 싱글들의 마음까지 후벼 팠다. 마음에 맞는 조건의 결혼 상대를 만나기 위해 수백만원의 가입비용도 기꺼이 수용할 의사가 있었던 미혼남녀들이 올해는 결혼정보 업체 가입에 보수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결혼정보업체 듀오의 올 매출 신장세는 지난해의 절반 수준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듀오 매출액은 300여억원을 기록하며 2010년 240억원에서 60억원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는 매출 증가액이 이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듀오가 지난 99년부터 2011년까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3년간 평균 성장률은 17%에 달했다. 그러나 L자형 장기 경기침체가 지속됨에 따라 듀오는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대비책을 준비하고 있다.
듀오 관계자는 "내년 초가 돼야 올해 최종 매출액이 집계되겠지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신장세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내년에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고 토로했다.
지난 10여년간 업계 평균 성장률은 15% 수준으로 2012년 현재 국내결혼정보업체 시장 규모는 약 1000억원, 회원수는 1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장기불황 등으로 업 계 평균 성장률이 5%대에 머무를 경우 2015년 전체 시장은 1200억원대에 그칠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업계에서는 사실상 '성장정체'로 판단한다. 성장률이 10%가 돼야 '안정궤도 '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결혼정보업체 가연 역시 내년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2010년에는 매출 신장률이 전년대비 100%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55%에 그쳤다. 매출액은 꾸준히 증가해왔지만 신장세는 꺾인 것. 올해 신장세는 지난해와 비슷한 50%대에 이를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김용범 가연 e비즈니스사업부장은 "내년에는 매출 상승 기조가 밀릴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예년에는 불황의 여파를 덜 받았는데 워낙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다보니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럴 때일수록 고객들은 중소업체들보다 크고 믿을 수 있는 업체들로 모여들 수 있어서 다각적으로 사업계획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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