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재정절벽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한 시간 가까이 회담했다.
양측은 회담 뒤 구체적인 설명 없이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며 "양측 간 대화 창구가 계속 열려 있다"고만 밝혔다. 이날 회담에는 재정절벽 협상을 이끌고 있는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과 베이너 의장은 지난 9일 회담에서 양측 협상안을 교환했으나 재정절벽 해소 방안 마련에 실패했다. 이후 양측 간의 공식ㆍ비공식 접촉이 잇따랐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합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정절벽 협상에 실패할 경우 내년 초 자동으로 세금 감면 혜택이 종료돼 세금은 인상되고 정부 지출은 삭감된다. 미 의회조사국(CBO)은 재정절벽이 발생할 경우 미 경제가 위축돼 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너 의장은 13일 헤리 레이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만나 재정절벽에 대해 논의했으나 가시 돋힌 설전만 오갔다.
베이너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주장하는 부자 증세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답보 상태에 빠진 협상을 진전시키려면 백악관이 구체적인 정부 지출 삭감안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베이너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정부 지출은 문제되지 않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다"며 "따라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이 재정절벽과 관련된 어떤 협의든 진척 속도를 늦춰 재정절벽으로 다가가게 만들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공화당이 부자 증세를 받아들이지 않는 한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들은 부자 증세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악관은 이를 공화당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듯하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 가운데 68%는 연간 소득 25만달러(약 2억6825만원) 이상 가구의 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너 의장은 협상이 실패할 경우 비상 대책을 하나 마련해놓았다. 이는 미 중산층의 세금 감면 혜택 종료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절벽 협상과 관련해 공화당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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