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지난 9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빅토르 폰타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진보연합(USL)이 승리함으로써 루마니아가 유럽의 새로운 골칫덩이로 등장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가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는대로 사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각종 추문을 일으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총리에 재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폰타 총리가 세금 인하 및 개헌을 약속하고 있다며 이로써 루마니아 경제와 민주주의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최근 전했다. 이번 총선에서 바세스쿠 대통령 소속 정당인 루마니아연합(ARD)은 16% 득표하는 데 그쳤다. 긴축정책에 대한 루마니아인들의 거부감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2009년 4월 루마니아는 국제통화기금(IMF)ㆍ유럽연합(EU)으로부터 2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루마니아는 구제금융 이행 조건을 비교적 성실하게 따른 것으로 평가 받았다. 이에 따라 2009년 체결한 구제금융 협정이 만료된 뒤인 지난해 4월 차관협정을 다시 체결해 자금은 끊이지 않았다.
루마니아는 내년 3월 다시 자금 지원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긴축정책 철회를 공약으로 내건 폰타 총리 탓에 추가 자금 지원 협상이 과연 타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국 소재 시장조사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윌리엄 잭슨 신흥시장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선거 결과 투자자들이 우려해야 할 몇몇 리스크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대통령과 의회가 다시 갈등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재임 중 재정위기로 사임한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정계 복귀 선언은 이탈리아와 유럽에 새로운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복귀가 정치 불안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개혁의 성과를 물거품으로 돌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지난해 11월 사임한 뒤 총리직에 오른 몬티는 200억유로(약 27조9116억원) 규모의 재정지출 삭감, 세금 신설, 은퇴 연령 상향 조정 같은 개혁 조치를 발표했다. 몬티 총리가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번번이 정치권의 반발에 부닥쳤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한 가운데 경제마저 위축돼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지난해 120%에서 올해 126%로 늘 듯하다.
시장에서는 몬티 이후 누가 총리 자리에 오를지 주목하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더욱이 그가 총리 자리에 앉으면 그 동안 이어진 개혁 성과를 무위로 돌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포천은 또 다른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민주당 대표가 더 위험한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그의 친노조 성향을 문제 삼은 것이다. 지난 10년 간 경제성장률이 평균 0.2%에 그친 이탈리아로서는 노동시장 개혁이 급선무다. 그러나 베르사니 대표가 노동시장을 과감히 개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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