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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는 바다 앞에서 멈춰섰다. 레일은 바삐 가던/마음이 아직도 서지 않은 것처럼/바다를 향해 들이밀고 있었다./인천행 전철이 날마다 이 푸른 종점에/닿는다는 걸 생각해보지 않았다./바다로 가는 전철, 북적이던 승객은 하나둘 씩 내려/마침내 거의 텅빈 몸으로 쭈그려앉는 기차./오래 살아본 자의 담담한 표정처럼/이쯤에 오면 열차도 철학적인 기색을 띤다./인천역사 저편에 있는/파라다이스 호텔. 그래, 삶의 기착지가/이쯤은 되어야지. 호텔은 그러나 어둡고 쓸쓸하다./언덕 위에 회색으로 솟은 건물은 뭍과 바다를/굽어보는 야누스의 시선을 가졌다./파도를 따라 흘러들어온/중국인들이 사는 차이나타운에서도/파라다이스는 보였으리라. 낯선 이국땅에서/낙원을 꿈꾸던 이들의 외로운 싸움들이/파도처럼 쉬지 않고 철썩거렸을.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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