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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새를 더 보고 싶어 다가가고 싶지만 가까이 가면 날아간다. 저 새와 내가 안심하고 서로 좋아해도 좋을 거리가 있지 않을까. 서로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거리. 관계가 견딤을 생각할 무렵이라면 악화(惡化)를 떠올리겠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 오래된 관계는 견디는 관계이다. 관계는 유지하되 아주 멀어지지 않는 일정한 거리. 무심하게 대하는 것도 아니되 구속하는 것도 아닌. 상대방과의 거리 두기. 너무 가까워서 피곤한 것도 아니고 너무 멀어져서 서운한 것도 아닌, 이래저래 견딜 만한 거리. 거리를 재는 마음엔, 사랑과 고독의 넘나드는 경계가 있다. 본질적이지만 아픔이 서성거린다. 견딜 수 없는 거리들이 우리를 얼마나 사랑에 데게 하고, 견딜 수 없는 거리들이 우리를 얼마나 고립시켜 왔던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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