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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5.0]일터 떠난 워킹맘, 15년만에 CEO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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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합창단 출신 김이경 삼순이호두파이 대표

[은퇴5.0]일터 떠난 워킹맘, 15년만에 CEO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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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일이냐, 육아냐. 그것이 문제로다.'

가정을 가진 직장 여성들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명제다. 커리어 유지를 위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도 있지만, 끝내 아이들의 교육 문제가 마음에 걸려 중간에 커리어를 놓아버리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어느 쪽의 삶이 개인적으로 더 낫다고 생각하느냐'고 우문(愚問)을 던지자, 김이경 삼순이호두파이 대표는 "결국 개인의 가치관 차이"라고 현답(賢答)했다.

'월매출 6000만원 신화', '서초구 명물 호두파이' 등으로 잘 알려진 삼순이호두파이를 만든 김 대표를 10일 서초동 매장에서 만났다. 그도 20년 전에는 일과 육아를 두고 고민했던 평범한 '워킹맘' 중 하나였다.


이미자처럼 훌륭한 가수가 되기 위해 서울예고를 나와 이화여대 성악과에 진학했고,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결국 국립합창단 단원이 됐다. 그만큼 그녀에게 있어서 꿈은 소중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는 육아와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서 결국 가수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79년부터 87년까지, 약 7년간 이어진 짧은 커리어였다.


"가게를 열고 나서도 한동안 좋아하는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 사진을 붙여 놓고, 칼라스 노래를 틀어놓고 노래공부도 하려고 노력해 봤어요. 하지만 잘 안 되더라구요. 아쉬움이요? 남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가수의 꿈을 포기하면서까지 키워낸 아이들은 이젠 어엿한 어른이 되었고, 가정주부로서의 본인의 특기를 살려 CEO로서의 '제2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의 길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어느 정도 키우고 난 후 주변을 둘러보니 새 인생을 시작할 길이 많지 않았다. 가수의 꿈을 다시 꾸는 것도 여의치 않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관절염으로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그런 그가 인생의 전환점을 맞은 것은 2003년 동네 동사무소의 컴퓨터 교실에 다니면서부터였다. 상상속의 '삼순이 빵집'을 만들어 보는 과제를 수행하면서, 그는 퍼뜩 이를 실행에 옮겨보자는 생각을 했다.


"자신은 있었어요. 평소에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고 요리도 잘한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들어왔거든요. 다만 아이템이 문제였어요.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호두파이를 하기로 했어요. 집에서 만들어 먹던 것을 남편 거래처 사람들에게 선물했더니, 다들 '맛있다'며 다시 만들어 달라고들 성화였거든요. 그때 직감했죠."


일단 결심을 하게 되니 실행은 빨랐다. 그해 11월 서초구 반포동의 한 상가에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을 주고 가게를 냈다. 장비를 들여놓을 돈이 없어 오븐이며 냉장고며 모두 집에서 쓰던 것을 가져왔다. 오븐과 냉장고 사이에 작업대와 주문대를 마련한 것이 전부다. 인테리어는 꿈도 못 꿨다.


그런데도 파이는 만들자마자 불티나게 팔렸다. 요리학원 다녀 본 일이 없는 그녀의 파이가 이렇게 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결국 다른 곳에서 흉내낼 수 없는 '맛' 때문이다.


"가게를 열기 전에 빵과 파이를 하루에 500~600개씩 만들었어요. 가게를 연 후에도 2년간은 좀 더 맛있는 파이를 만들기 위해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죠. 보통 호두파이와 달리 껍질이 얇고 파삭파삭하고, 굽는 시간도 길어요. 호두와 속을 빽빽하게 채우면서도 달지 않고 은은한 맛이 나게 하는 게 관건이죠."


이 정도면 가히 '파이 연구가'라고 할 만하다. 10년이나 된 베테랑인데 확장의 욕심은 없을까. 그는 딱 잘라 '없다'고 말한다. 프랜차이즈는 물론, 파이 외에 다른 제품도 당분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측의 요청으로 직접 구운 파이를 3개 지점에 공급하고 있을 뿐이다.


가게 인테리어도 10년째 그대로다. 냉장고와 오븐 갯수가 조금씩 달라졌을 뿐, 인테리어 없이 장비만 들여놓은 투박한 모양새 그대로다. 월매출 6000만원을 올리는 매장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한 우물만 파겠다는 뚝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가 창업을 결심해서 창업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반년. 하지만 그는 워킹맘이었다가 육아를 선택한 많은 주부들에게 '속도전'을 권하지 않는다.


"창업을 할 때는 조심해야 돼요. 서둘러서 좋을 건 하나도 없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잘하는' 것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아야 해요. 하고 싶은 것을 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많거든요. 특히 한동안 커리어에서 멀어져 있었다가 다시 사회로 돌아오는 경우에는 준비가 많이 필요해요. 공부도 많이 하고, 창업교육도 찾아다니면서 받으세요. 돈이 좀 있다고 프랜차이즈에 뛰어들면 한순간에 날려버리기 십상이에요."


성공한 사장님이 된 지금, 다시 한 번 그에게 '꿈'에 대해 물었다. '나가수'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인 요즘, 한번쯤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의 반응은 의외였다. 노래도 좋지만, 나이가 들고 나니 다른 꿈이 생겼다는 것. "나만을 위한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고 싶어요. 요즘 매달 복지관이나 장애인 단체 등으로 봉사를 다니는데, 예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꿈이란 한 가지로 정해진 게 아니라 계속 변하고 발전하는 것 같아요."




이지은 기자 leez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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