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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5.0]"자서전 사업이 새 戰線.. 인터뷰 수첩이 내 무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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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좋아하는 적성 살려보자"
'자서전 쓰기 사업단' 김병선 씨
15명 동료들과 함께 작업
은퇴준비? 무조건 직접 발품팔아야


[은퇴5.0]"자서전 사업이 새 戰線.. 인터뷰 수첩이 내 무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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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오랫동안 군인으로 살았다. 정해진 역할과 틀에 맞추며, 꼬박 33년 세월이다. 전역은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막상 내 일이 되니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밀려드는 자유시간들은 오히려 두려울 정도. 앞선 선배들도 그랬듯, 군복을 벗는 것은 꽤나 어색한 일이었다.


김병선씨는 지난 1979년 입대해 사격지휘 파트에서 10년, 정보사령부에서 23년을 근무한 '전직 군인'이다. 지난 6월 정년을 맞았고, 지금은 누군가의 과거 얘기를 책으로 엮어주는 '자서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직업군인'이라는 그의 이력도, 56세라는 그의 나이도 자서전 사업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러나 한참을 방황(?)한 끝에 찾아낸 귀한 길이다. 스스로 느꼈던 아쉬움과 당혹스러움, 대한민국 가장으로서 느꼈던 외로움을 풀어낼 수 있는 해법이기도 했다. 군인 특유의 실행력으로,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는데는 그리 오랜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서전쓰기 사업단, 김병선'. 번듯한 직함과 자리를 얻은 그는 새로운 인생의 출발선에 섰다.


◆오랜 준비 끝에 얻은 나만의 직업 = 김씨는 올해 초부터 퇴직을 준비했다. 퇴직한 육ㆍ해ㆍ공 군인들의 사회적응을 위해 국방부에서 주관하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서다. 퇴직 1년 전부터 받을 수 있어 당초 작년 7월에 시작했어야 하지만, 그간 천안함 문제와 김정일의 사망 등으로 대북업무가 떠들썩해지는 바람에 시기를 놓쳤다. 그가 오랜기간 맡았던 군사정보 업무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 모습을 관찰해, 의미있는 정보로 기록하고 이를 데이터로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군사업무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얘기를 듣기는 어려웠지만, 김씨는 언뜻 봐도 이제껏 해온 일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토록 자랑스럽게 여기던 일을 놓고 난 후의 상실감은 당연히 컸을 터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던 생활이 끝나고 나니 당황스럽더군요. 게다가 내 나이 또래, 나보다 유능하고 사회에 대해서 잘 아는 동년배들이 대부분 현직에서 은퇴하고 쏟아져 나오지 않습니까. 막상 해보려니 모두 경쟁이 치열하고, 몇 평짜리 치킨집 열만한 사업자금도 없더라구요."


마음이 급했던 그는 한국어 교원부터 인터넷 쇼핑몰 창업 교육까지 올해 상반기에만 12가지의 관련 교육을 받아봤다. 그렇게 마음에 와 닿는 것도, 스스로 경쟁력 있겠다 싶은 것도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찾게 된 곳이 희망제작소의 행복설계 아카데미다. 또래 동문들은 무엇에 관심이 있나 살펴볼 요령으로 들른 것이다.


편한 만남 속에서 김 대표는 즐거웠던, 또는 힘들었던 옛 일들을 추억했다. 학창시절부터 결혼, 첫 아이를 낳았을 때, 할아버지가 돼 손주들을 안았을 때의 감정들이 새록새록 떠올랐고 마음속에 온기가 감도는 것을 느꼈다. 사업 아이템은 그렇게 발견됐다.


◆모든 삶은 다 의미가 있다 = 그는 "자식들도 시집장가 보내고, 다니던 직장도 그만둔 뒤엔 홀로 덩그러니 남겨지는게 대한민국 남자들의 삶"이라고 말한다. "눈만 뜨면 가던 직장이 없어지니, '오늘은 뭐 해야 하나' 라는 고민에 무기력함과 자괴감이 찾아온다"는 경험담도 털어놨다. 그러나 자서전 쓰기를 계획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그랬을 삶일 수 있지만, 나에게도 크고 작은 기쁨과 좌절ㆍ희망ㆍ사색들이 있었다고 주변 가족과 친지, 지인들에게 말해주고 싶었죠. 남은 인생에 대해 계획하기 전에, 이제까지의 삶을 점검할 기회가 필요했던겁니다."


같은 처지의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니, 이 생각은 본인만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50년대 말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 경제발전이 한창이던 시기에 앞만보며 내달린 세대, 부흥을 위해 내몰린 세대들이 할 수 있는 공통적인 고민이었다. 수요가 있겠다 싶었다.


글쓰기를 즐기는 그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줄곧 일기를 써왔다. 군인들의 일기장 격인 '수양록'을 오랜시간 작성해 온 것도 도움이 됐다. 사관후보생 때 사진과 함께 작성했던 일기는 취미와도 같았다.


"모든 삶은 다 의미가 있다".


자서전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그가 내린 결론이다. 가정주부도, 청소부도, 직장인도, 학생도 마찬가지다. 멀리서 보기엔 지루하고 평범한 인생일지라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뜨겁고 치열한 삶이 있기에 모든 사람들이 '자서전'의 주인공일 수 있다. 사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자서전을 쓸 수 있다. 다만 돈이 많이 필요할 뿐이다.


[은퇴5.0]"자서전 사업이 새 戰線.. 인터뷰 수첩이 내 무기죠"

◆발품팔지 않으면 '인생 2막'은 없다 = '자서전쓰기 사업단'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해, 홈페이지를 통해 각 개인이 하고싶은 얘기들을 이끌어낸다. 컴퓨터에 익숙치 않은 이들과는 하드카피로 소통하고, 그것도 어려운 경우엔 직접 인터뷰를 한다. 15명 정도로 구성된 '자서전쓰기 사업단' 멤버들과 2주에 한번 씩 있는 토론으로 서로의 집필 진도를 알아보고, 내용을 점검한다. 일정 수준의 내용이 쌓이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온다. 이달 안에 시범적으로 첫번째 책이 나올 예정이다. 주인공은 김병선 씨다.


사업단은 퇴직한 공무원이나 금융인,사회복지사, 수필가 등 다양한 분야 출신으로 구성됐다. 지난 6월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장년창업센터'에 입주해 두평 남짓한 사무실도 차렸다.


"나이 먹고 회사를 그만두니, 다들 할 말들이 많습니다. 서로가 아니면 그 많은 얘기들을 누가 들어주겠어요. 결국 이 말들을 책으로 엮는 것인데, 지금은 어색하지만 차차 적응이 돼 가겠죠."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합니다. 남이 이렇다더라, 좋다더라 하는 것을 따라 시작했다가는 돈만 날리게 되죠."


인생 2막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김 씨는 '발품'을 거듭 강조했다. "괜찮을 것 같다, 또는 하고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일이 있으면 살짝이라도 직접 발을 담궈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간을 정해놓고 집중적으로 접촉해 알아보고 확인해봐야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퇴직 1년 전부터는 차후 할 일에 대해서 조금씩 설계하고 자기계발을 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 김현정 기자 alphag@ 사진=백소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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